시인으로 만나는 ‘사진작가 김중만’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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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11시 반 KBS1 ‘낭독의 발견’에 출연하는 사진작가 김중만 씨(왼쪽)와 인디 가수 황보령. 사진 제공 KBS
15일 오후 11시 반 KBS1 ‘낭독의 발견’에 출연하는 사진작가 김중만 씨(왼쪽)와 인디 가수 황보령. 사진 제공 KBS
KBS1 ‘낭독의 발견’서 자작시 첫 공개

KBS1 ‘낭독의 발견’(15일 오후 11시 반)에서 레게머리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 자작시를 처음 공개한다. 김 씨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네 살짜리 소녀 티파니에 대한 기억을 불러온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린 채 태어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꼬마 소녀를 바라보며 김 씨는 뼈아픈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렌즈에 티파니를 담았지만 쏟아지는 눈물에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글을 적어 내려갔다. ‘이제 나는 너의/ 그렇게 아픈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구나…’(‘데저트 레인(Desert rain)’ 중) 그는 “티파니를 통해서 사물을 보는 시선이 한층 깊어졌다”고 털어놓는다.

김 씨는 아프리카를 남다른 인연으로 느끼고 있다. 아프리카는 그에게 큰 별이자 스승인 아버지를 추억하게 만드는 곳이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젊은 시절 그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던 부모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청년기를 지나 50대가 된 요즘에서야 알 것 같다.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린 뒤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을….

그는 “사진은 시와 닮았다”고 말한다. 세계 곳곳으로 촬영을 다닐 때마다 시집 한두 권을 꼭 챙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이승하 시인의 ‘신의 시간, 인간의 길’이다. ‘…밤에는 신도 쉬어야 한다/ 인간의 길은 아침이 오기까지/ 언제나/ 너무 길었다, 힘들었다’ 그는 “굴곡 많고 치열했던 일상에서 느낀 외로움과 기다림이 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요즘 공들여 찍는 피사체는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다. 34년간 카메라를 손에서 떼지 않았지만 이제야 평범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사막의 작은 풀 한 포기, 길가에 선 이름 모르는 나무에게 애정을 느끼고 일상의 행복을 배운다. 이날 방송에는 김 씨가 좋아하는 인디 가수이자 화가 황보령이 함께 출연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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