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으로 데뷔한 신인가수 반지… 판소리 신동 16년만에 데뷔

  • 입력 2009년 7월 13일 07시 47분


트로트는 ‘내 운명’ 이에요

1974년생. 93년 스무 살에 목포가요제 대상, 97년 스물넷에는 남인수 가요제 대상. 그러나 데뷔앨범은 2009년 3월, 서른 여섯에 발표.

이만하면 이 가수의 16년간의 데뷔 스토리는 눈물의 ‘인생역정 드라마’란 게 쉽게 짐작된다. 트로트 ‘내 운명’의 신인 가수 반지(본명 전순영)가 지나온 16년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좌절의 연속이었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 반지는 열 살 때부터 이웃에 살던 공옥진 여사로부터 판소리를 사사 받으며 고등학교 때까지 ‘소리’를 했다. 그러다 목포가요제에 출전하면서 대중음악인으로 전향했다.

대상을 받았으니 기획사들의 집중적인 영입제안을 받은 건 당연한 일. 꿈에 부풀었지만 여러 차례 음반이 무산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15년이 흘렀다. 그러다 지난 해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만든 김지환 작곡가의 녹음실에서 연습하던 중 현 소속사 대표와 만나 꿈에 그리던 음반을 발표하게 됐다. 서른 여섯, 늦깎이로 데뷔하지만 진솔한 음악 들려주자는 ‘약속’의 의미로 이름을 ‘반지’라 지었다.

어릴 땐 ‘당연히’ 가수데뷔에 조바심 났고, 철없는 마음에 상처가 컸다. 하지만 언더에서 활동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상처도 이젠 굳은 살이 박인 듯,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여유도 생겼다.

“그동안 ‘때가 아니다’ 생각했기에 지금 데뷔한 게 잘 된 일이라 생각해요. 여자가수가, 한 살이라도 더 어리고 예쁠 때 데뷔하는 게 좋겠지만, 일찍 데뷔했더라면 지금의 여유, 노래의 맛, 성숙한 면을 보여줄 수 없었겠죠.”

반지의 가장 큰 매력은 구성진 목소리와 가창력, 풍부한 감정표현이다. 어려서 배운 판소리가 큰 역할을 했다. 10여년 언더무대 경험은, 신인임에도 무대에서 관객을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을 줬다. 이미 바비킴 전국 투어 게스트를 통해 그는 주연 못지않은 무대장악력을 인정받았다.

반지는 요즘 가벼워지기만 하는 트로트계에서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오래도록 많은 세대에 고루 불려지는 국민가요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반짝할 거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노래하겠습니다. 노래를 어떤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부르고 싶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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