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다문화사회 향한 어깨동무 4년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케이블 아리랑TV ‘핸드 인 핸드’ 내달 1일 방송 200회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제가 더 힘이 나요.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받고 있죠.”

케이블 위성 채널 아리랑TV의 ‘핸드 인 핸드’(월, 화 오후 8시 반·사진)가 6월 1일 방송 200회를 맞는다. 2005년 7월 11일 처음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한국인이나 편견과 차별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휴먼 스토리 등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담아왔다. 연출 이규연 PD(29)는 “빠르게 국제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은 이미 우리의 일부”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179, 180회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농구선수 장예은 씨(22)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릴 적부터 ‘깜둥이’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장 씨는 “피부색에 대해 편견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운동선수로서 좋은 체격 조건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장 씨뿐 아니라 한국 남편과 결혼한 뒤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베트남인 팜티하 씨나 외국인 근로자를 돌보는 스리랑카 승려 산뜨시리 씨 등을 취재하며 외국인은 이방인이 아니라 이웃이며 가족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008년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의료봉사 단체가 개안, 심장병 수술 등을 무료로 해 주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몽골의 체조 선수 뭉크 블랙 씨가 부천외국인노동자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척추 수술을 받았고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어 대장을 몸 밖으로 꺼내 생활하던 필리핀의 알렉시스 씨도 경기 안산시의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이 PD는 “몽골에서 온 6개월 된 아기가 심장 수술을 받다 죽었을 때는 슬픔을 가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는 중국과 동남아 근로자들 사이에서 나빠진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해보자는 취지였다.

“그 당시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한국인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너무 미화하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웠죠. 지금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나 혼혈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젠 열린 마음의 한국인도 많아졌고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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