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드라마 흥행 불변’의 법칙?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MBC ‘하얀 거짓말’ 전체 시청률 1위

지상파 TV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않는 가운데 25일 전체시청률 1위는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월∼금 오전 7시 50분·사진)이 차지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하얀 거짓말은 전국 기준 21.7%를 기록했다. 2위 KBS1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15.4%)이나 3위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15.3%)보다 크게 앞서는 수치다.

하지만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이달 초 끝난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또다시 ‘비현실적 통속극’이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 드라마는 얽히고설킨 삼각관계와 불륜과 복수, 억지설정이 가득 깔려 있다. 자신을 버린 옛 남자 강정우(김유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이복동생과 결혼하는 서은영(신은경), 옛 연인(강정우의 아내)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의 시누이와 사랑에 빠지는 차민재(강석정)…. “갈 데까지 갔다”는 평가를 들었던 아내의 유혹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최근 비현실적 통속극의 주요 배역인 ‘악녀’도 빠지지 않는다. 강정우의 아내 홍나경(임지은)은 남편 강정우의 과거 때문에 그의 옛 애인 서은영을 납치범으로 몰며, 이미 결혼한 몸이면서 옛 애인 차민재가 자신만 바라보도록 조종한다. 협박과 권모술수에 집착까지 ‘아내의 유혹’ 신애리(김서형)에 못지않은 캐릭터다.

25일 방영된 126회에서도 이런 비현실성은 여전했다. 최근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하나는 강정우가 서은영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 비안을 되찾으려는 노력이다. 강정우는 25일 드디어 가족까지 속이고 아내 홍나경과 이혼한 척 연극까지 꾸민다. 동정심과 안도감을 느낀 서은영이 비안을 만나게 해줄 때 아들을 가로채려고 하는 것. 이를 위해 강정우와 홍나경은 차례로 서은영을 만나 거짓말과 사탕발림을 일삼는다.

통속극도 존재의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상황 전개와 인물 묘사는 인간의 본성을 피폐하게 한다. 국민장으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는 마당에,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드라마는 왜 계속 봐야 하는지 의아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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