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가요계 컴백’ 강수지 “청순? 에이 이제 아줌마”

  • 입력 2009년 1월 16일 07시 59분


가수 강수지. 그녀는 90년대 청순함의 대명사이자 뭇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강수지 말에 따르면 당시 발간된 순정만화에 이름과 캐릭터가 두 번이나 거론될 정도였다. 그만큼 그녀를 빼고 ‘청순’을 논할 수 없었다.

최근 7년 만에 싱글 ‘생스 올웨이즈(Thanks always)’를 발표하고 가요계로 돌아온 강수지는 변함이 없었다.

“어느새 나이를 한 움큼 먹었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조그마한 얼굴과 가녀린 몸, 긴 헤어스타일까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아니냐”며 말문을 열자 강수지는 “이제 아줌마가 됐는데 무슨 소리냐”고 웃었다. 그 웃음에는 여유가 흠뻑 묻어나왔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미국 동부지역에서 금상을 탄 후 1990년 ‘보랏빛 향기’로 데뷔한 강수지. 데뷔하자마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하루에 4∼5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헤어스타일이 혹 흐트러질까 의자에 기대지도 않았던 시절”로 당시를 회상했다. 스케줄 때문에 10년 동안 식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고난’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스케줄 도중 식사시간을 꼭 빼놓는다고 말하는, 일곱살 난 아이의 엄마가 된 강수지를 만났다.

-7년 만에 연예계로 돌아오니 어떤가요.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니까 반가워요. 아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로 가서 놀랍네요. 이제 TV활동도 시작해야 하는데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방송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네요.”

-컴백이 왜 이렇게 늦어졌나요.

“솔직히 세월이 이렇게 간 걸 몰랐어요. 아이를 키우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곡 때문이기도 해요. 여러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았는데 ‘보랏빛 향기’를 생각하고 몸에 덜 맞는 느낌의 곡을 주는 거예요. 윤상 씨와 의논하면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죠.”

-목소리가 하나도 안 변했어요.

“작사가 (박)창학 씨도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변하지 않았냐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이렇게 보여도 예전보다 많이 두꺼워진 거예요.”

-청순한 모습도 그대로예요.

“에이. 이제 아줌마인 걸요.”

-그럼 성격도?

“원래 밝은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어두워 보인다고, 대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의외로 친화력이 좋답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낯도 가리지 않고요.”(웃음)

-‘아줌마’라는 단어가 서슴없이 나오네요.

“하하. 아줌마가 아닐 수 없게 돼요. 사람들 만나면 아이 얘기를 끝도 없이 한다니까.”

-교육열이 강한 엄만가요.

“보통이에요. 학원을 많이 보내지는 않아요. 다만 이제 일곱살이니까 가이드를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죠. 괜찮은 인격체로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우리 아이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며 살길 바라요.”

-엄마에게는 아이가 큰 힘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죠.”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는데요.

“예전부터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했죠. ‘넌 강해서 걱정이 안돼’라는 말을 듣고 살았어요. 그런데 저도 힘들 때가 있거든요. 가끔 ‘나 좀 걱정해줘’라고 말하기도 해요.”

-얼마 전 이혼의 아픔을 겪었는데요.

“애 아빠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딸 아이와도 자주 교류하고 있고요. 후회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10년 뒤에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네요.”(웃음)

-깐깐해 보인다는 말도 있어요.

“일에 있어서는 완벽하길 바랐어요. 한참 활동할 때는 세팅한 헤어스타일이 흐트러질까봐 의자에 기대지도 않았으니까요. 8∼9년은 머리를 꼿꼿이 들고 지방 스케줄 4∼5개를 소화했어요. 몇 시간 동안 목에 힘주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금은 시켜도 못 하죠.”(웃음)

-건강은 괜찮았나요.

“말라 보이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렇게 바쁘게 다녀도 감기 빼고 앓아본 적이 없어요. 쓰러진 적도 없었고. 피곤해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어떤가요.

“20∼30대에 에너지를 많이 소진한 것 같아요. 지금은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도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었는데요. 지금은 식사시간을 1시간 정도 꼭 빼놔요. 10년은 제대로 못 먹었거든요.”

-지금, 행복한가요.

“‘아 유 해피 나우’라는 책을 얼마 전에 다 읽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불안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법’이라고 출판됐는데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표가 있나요.

“많은 돈을 벌거나 반드시 1위를 해야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나이가 드니까 그런 것들로부터 많이 벗어나게 되네요. 2009년에는 좀 더 긍정적으로 사는 거? 그게 제 목표예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제공 | 트윈클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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