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비련의 세 주인공이 털어놓은 ‘쌍화점’이란…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7시 36분


‘…/만약에 이 소문이 이 가게 밖에 번지면/…/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그 잔 곳같이 난잡한 데가 없다/…’.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은 그렇게 시작된다. 쌍화(만두)를 파는 가게를 배경으로 그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연인들의 밀애를 그린 노래이다.

원의 지배 아래 놓인 고려의 혼란한 현실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도 읽힌다. 유하 감독은 바로 그 ‘쌍화점’(雙花店)의 음차어인 ‘쌍화점’(霜化店)을 자신의 신작의 제목으로 삼았다.

‘쌍화점’(제작 오퍼스픽쳐스)은 마치 ‘서리꽃’처럼 격렬하게 뜨거웠던 욕망의 감정은 한 순간 식어버리고 결국 파국의 운명으로 자신들을 이끌어가는 세 남녀의 이야기.

이들 세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주진모 “여자를 품을 수 없는 왕…힘들었다”

○고통스런 외로움, 그 애증의 파국 …왕(주진모)

원의 지배를 받는 고려 말기, 자존의 나라를 꿈꾸는 왕으로서 극한의 외로움과 고통을 달래주는 존재는 오로지 호위무사 홍림 뿐이다.

“여인을 품을 수 없는 몸”이어서 운명적으로 풀어낼 수 없는 애욕은 온전히 홍림에게 향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애욕의 해소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운명과 시대적 억압에 대한 또 다른 저항이다.

주진모 : 탈모 증세에 시달릴 만큼 연기하기에 힘겨웠던 캐릭터였다. 하지만 배우가 고통스러워야 관객이 즐거운 것. 더 힘들어도 즐거웠다.”

조인성 “사랑앞에 울부짖는 왕의 남자…슬펐다”

○“왜 하필 저를 택하셨습니까?”…홍림(조인성)

어린 시절 궁궐에 들어와 문무를 익히며 왕의 친위부대 건룡위의 수장이 되었다. 왕의 최측근으로 그의 고통과 외로움, 자존에 대한 꿈을 지켜봐왔다.

왕에 대한 충성은 왕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했다. 왕후와의 대리합궁을 명받은 뒤 미처 알지 못했던 강렬한 욕정과 사랑에 빠져들게 될 것을 짐작하지 못했던 건 당연하다.

그것 역시 운명이었으므로. 하지만 그 운명도 비껴가야 했던 사랑은 그토록 강렬한 것이었다. “왜 하필 저를 택하셨습니까?”라며 핏발선 눈으로 왕을 바라보는 홍림의 눈빛은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조인성 : “왕의 명령과 운명 그리고 사랑 사이의 회색지대에 놓인,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 수동의 운명을 벗어나기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야 완성되는 캐릭터였다.”

송지효 “왕도, 왕의 남자도 품은 여인…날 깨웠다”

○한 순간 와 닿은 사랑, 사로잡다…왕후(송지효)

원의 공주로서 정략결혼이라는 운명을, 몸으로써 자신을 품을 수 없고 자신을 곁에 두고서도 홍림에게 향하는 왕의 질곡도, 모두 받아들여야 했다. 마침내 찾아온 사랑은 그래서 더욱 격렬하며 놓칠 수 없는 것.

단순한 욕정을 넘어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준 남자로서 홍림은 생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비극적 운명의 파국을 알면서도 그 속으로 걸어들어가기를 그제서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송지효 :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여인의 감정을 표정에 실으려 했다. 날 버리고 날 알게 해주고 날 일깨워준 캐릭터이며 작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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