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4년 지나도 갓 수확한 것 같은 싱싱함

  • 입력 2008년 10월 15일 11시 56분


영화 ‘사과’는 완성된 지 몇 해 지난 영화다.

2004년 촬영된 영화니 횟수로 치면 무려 4년 만이다.

하지만 남자주인공 김태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필름이 나이를 먹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상대역인 문소리는 “사과가 너무 오래돼 쨈이 됐겠다”고 걱정했지만 ‘1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요즘 영화 ‘사과’는 싱싱했다.

아이러니하게‘사과’는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 ‘괴물’덕에 몇 년간 창고에 있어야 했다.

‘괴물’의 배급 협상 과정에서 넘어간 ‘사과’는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완성도가 떨어져 개봉이 미뤄진 게 아닌 만큼 제작자, 출연배우 특히 이 영화로 데뷔한 강이관 감독의 아픔은 컸다.

‘사과’가 필름에 담긴지 4년이 지났지만 굳이 세월의 흐름을 이 영화 속에서 찾는다면 아직 공사 중인 청계천 정도. 그것을 제외하면 생생한 리얼리티 멜로는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며 갓 딴 햇사과처럼 싱싱한 맛을 담았다.

신선도에 비유했지만 영화 제목 ‘사과’는 열매 사과(沙果)보단 용서를 구하는 사과(赦過)에 가깝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세 명. 여자 하나. 남자 둘.

하지만 결코 통속적인 삼각관계에서 벌어진 미안함은 아니다.

현정(문소리)은 능력 있는 회사원. 민석(이선균)은 동갑내기 학생. 민석의 군복무는 7년 동안 사귄 두 사람의 일상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 이유 때문이었는지 민석은 자기 자신을 찾겠다며 7년 동안 사귄 여인에게 단 7초 만에 이별을 통보한다.

실연에 아파하던 현정은 같은 건물에 일하며 마주친 상훈(김태우)의 구애를 받는다. 가슴에 두근거림은 없지만 누구보다 성실해 보이는 상훈. 현정은 결국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줄 것 같은 상훈과 결혼을 택한다.

달콤한 신혼도 잠시. 사랑만으로 극복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는 부부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아이까지 가진 현정 앞에 민석이 나타나 옛일을 사과하고 세 사람은 함께 혼란에 빠진다.

‘사과’의 여주인공은 착하기만 한 신데렐라가 아니다. 여자를 떠난 남자도 얄미운 바람둥이가 아니다. 모두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자신이다.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은 담담하게 사랑과 사과를 그렸다. 배우들의 과장 없는 리얼리티는 고정된 카메라가 아닌 ‘들고 찍기’로 촬영된 화면으로 ‘인간극장’이상 생생했다.

스포츠동아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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