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미디어 계열 채널 스토리온은 1일 오후 3시 50분 ‘박철 쇼’를 방송했다. 30, 40대를 시청자 층으로 부부 성생활 등 성문제를 주제로 삼는 이 토크쇼는 듣기 거북한 표현이 여과 없이 나올 때가 많다. 이날 방송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것, 남편과 같이 노래방 가는 것”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남자들은 호모” 등 초등학생이 들어서는 안 될 표현들이 나왔다.
리빙TV는 ‘섹시 몰래카메라 허니 트랩’(15세 이상 시청가)을 2일 낮 12시 반에 방송했다. 리빙TV 홈페이지에 따르면 “잘 빠지고 섹시한 비키니 차림의 소녀 세 명이 휴가를 함께 보낼 남자들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줄거리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민망하다.
위성채널인 스카이HD는 어린이날인 5일 오후 5시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방송했다. 이 드라마는 주부 4명의 일탈이나 불륜, 살인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일부 채널은 청소년보호시간대(평일 오후 1∼10시, 공휴일과 방학엔 오전 10시∼오후 10시) 19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을 어기기도 했다.
CJ미디어 계열 케이블 채널 tvN은 ‘나는 형사다’(19세 이상)를 2일 오후 3시와 3일 오후 5시, 4일 오후 2시에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살인 성폭력 방화 등 범죄 현장과 범인 검거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곳곳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이 채널은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인 드라마 ‘쩐의 전쟁’을 토요일인 3일 낮 12시에 내보냈다. 3일은 연휴기간이어서 ‘재량 방학’으로 정한 초등학교가 많았다. 사채업, 납치, 성폭행 등을 소재로 한 이날 ‘인간의 돈’ 편에서는 안마업소에서 엉덩이만 수건으로 가린 채 누운 남자를 여성 안마사가 주무르는 선정적 장면이 나왔다.
유료 채널인 캐치온 플러스는 2일 오후 3시 드라마 ‘캘리포니케이션’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캘리포니아’와 ‘간통(포니케이션)’을 합쳐서 지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선정적 장면도 담겨 있다. 유료채널의 청소년보호시간대는 오후 6시 이후이긴 하지만 오후 3시 무렵이면 초등학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케이블 TV의 낮 시간대 선정적 프로그램에 대해 보험회사원 이광희(41) 씨는 “맞벌이 부부여서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를 집에 혼자 둘 때가 있다”며 “혼자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는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등급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며 “낮 시간대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심의 수준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