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유미지만 전 소심해요”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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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망울과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이처럼 청순한 외모와 달리 맨손으로 맥주병을 내려치는 무지막지한 ‘엽기 소녀’가 있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월∼금 오후 8시 20분)의 강유미가 그 주인공. 강유미는 전교 꼴찌에 문제아였지만 최근 강한 카리스마와 개성을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강유미 역을 열연하고 있는 박민영(21)을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애초의 설정은 북한에서 온 남파 간첩 부부의 딸이자 극중 민호(김혜성)의 여자친구였어요. 그러다가 무식하고 버릇도 없어지더니, 나중엔 폭력적인 아이로 변했죠.”

박민영은 “올해 초만 해도 막돼먹은 유미 역할이 싫어 촬영이 끝나면 남몰래 울었다”고 말했다. 데뷔작이기 때문에 부정적 캐릭터가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미의 강한 카리스마와 당찬 면이 부러워졌다.

“전 소심해요. 유미처럼 할 말을 다 하거나 대범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한테 상처를 잘 받아요. 요즘은 가끔 유미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간 그녀는 한국이 그리워 국내 드라마와 영화를 자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하지원)을 꿈꾸며 고교 2년 때 귀국해 연기학원에 다녔다. 박민영은 얼마 전 김병욱 PD가 회식 자리에서 “기특하다”며 안아 줬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연기력보다 외모를 내세운 애라고 생각하셨대요. ‘요즘 물이 올랐다’며 칭찬해 주시는데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은 듯해서 기뻤습니다.”

인기를 끌면서 안티 팬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인터넷에선 “성형수술했다” “나이를 속인다” 등 나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초반에 악성 댓글을 하나씩 보면서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덤덤하다”고 말한다.

“제 코에 실리콘을 넣었다는 댓글을 보고 속상했어요. 원래 콧대가 높은데 믿지 않으니…. 이젠 아무런 얘기도 안 하려고 합니다.”

그의 말투는 조리가 있고 차분했다. ‘거침없는’ 유미와 달리 실제 박민영은 얌전했다. “나이트클럽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도 했다. 극중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을까 싶어 여러 질문을 하다가 주량 이야기가 나왔다.

“술요? 얼마 못 마셔요. 기껏해야 폭탄주 다섯 잔 정도?”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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