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연 전도연 “제 눈물로도 감당 못할 역 만났어요”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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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이 화이트 미니 드레스를 입고 화사하게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전도연이 화이트 미니 드레스를 입고 화사하게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영화 ‘밀양’에서 살아가야 할 모든 이유를 잃게 되는 여자 신애 역을 맡은 전도연. 사진 제공 파인하우스필름
영화 ‘밀양’에서 살아가야 할 모든 이유를 잃게 되는 여자 신애 역을 맡은 전도연. 사진 제공 파인하우스필름
전도연보다 얼굴이 예쁜 여배우는 많을지 몰라도 그보다 웃음과 눈물이 아름다운 여배우는 드물 것 같다. 콧잔등에 가득 주름을 만드는 환한 웃음, 눈이 붉어진 채로 줄줄 쏟아 내는 서러운 눈물은 관객에게 양극단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니까.

영화 ‘밀양’(5월 17일 개봉 예정)의 제작보고회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이날 공개된 메이킹 필름 속의 그는 울고 울고, 기절할 때까지 울었다. 그러나 결혼 뒤 처음 모습을 나타낸 그는 스팽글이 잔뜩 달린 화이트 미니 드레스를 입고 눈부시게 웃었다. 보고회 뒤 만난 그에게 그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 시나리오 너무 슬퍼 감정 잡는 데 애먹어

전도연 송강호가 출연하고 이창동 감독이 만든 ‘밀양’은 밀양을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다. 남편이 죽고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온 신애(전도연)의 주위를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이 맴돈다. 그러나 신애는 이곳에서 아들마저 잃는다.

“시나리오 보기도 전에 한다고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선 못하겠다고 했어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슬픔은 제가 가늠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감정이 안 잡혀 촬영을 접기도 했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밀양(密陽)’의 한자 뜻대로 영어 제목은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비밀의 햇볕’이라는 이 말이 주제를 함축한다. 신애는 삶의 이유를 모두 잃는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사랑일까.

“‘비밀의 햇볕’이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게 사랑이든 뭐든… ‘죽지 못해 산다’고들 하지만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있잖아요.”

그가 말하는 희망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거창한 것에서 찾지만 기본은 일상이에요. 다들 일상을 탈피하려고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특별한 행복과 희망이 다 일상 안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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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하면 모두 행복한 바보가 돼요”

그의 출연작 중에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이 없다. “다들 비결을 묻는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 책 한 권 읽은 것처럼 딱 덮고 ‘좋다 나쁘다’로 결정해요. 제 역할은 그 다음이고요.”

송강호는 “나에게 ‘살인의 추억’, 설경구에게 ‘박하사탕’이 있다면 전도연에게는 ‘밀양’이 있다”고 말했단다. 전도연도 “한계를 어느 정도 뛰어넘은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남편 강시규 씨를 만나 3월에 결혼한 그는 메이킹 필름에서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송강호에게 말했다. “예전에 본 만화에서 대사도 없이 주인공이 피식피식 웃더니 맨 마지막에 ‘아, 사랑을 하고 있군요’라고 끝났어요. 사랑을 하면 행복한 바보가 돼요.”

신혼이면 항상 ‘닭살’일 줄 알았는데, 그는 남편이 늘 옆에 있던 사람처럼 편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남편 자랑 좀 해 보라고 했더니, “참 자상한 것 같아요. 꾸밈이 없어서 좋고요, 저를 배우 전도연이 아니라 인간 전도연으로 대해 줘서 좋고….”

닭살 아니라고 금방 말해 놓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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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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