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직한 얘기 속 돌발상황에 ‘까르르∼’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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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에 열광하는 한국관객… 그 웃음의 코드는?

최근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6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투사부일체’(610만 명)를 꺾고 코미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김혜수, 윤진서 주연의 섹시 코믹 드라마 ‘바람 피기 좋은 날’과 신현준, 최성국, 권오중 주연의 액션 코미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 8일 나란히 개봉한다. 올해 1, 2월 개봉 한국 영화 16편 중 10편이 코미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06 관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다. 재작년 같은 조사에서도 코미디가 1위였다.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선호되는 장르인 코미디 영화를 통해 한국인의 웃음 코드를 분석했다.

● 상황으로 웃기는 것 선호… 슬랩스틱-풍자 코미디는 힘 못써

1999년 이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71편 가운데 34편이 코미디였다. 장르의 혼합이 일반적 추세이기 때문에 정통 코미디에 로맨틱 코미디와 코믹 요소가 강한 드라마까지 포함시켰고, 구분이 애매한 경우는 개봉 당시 제작사가 장르에 ‘코미디’라는 단어를 넣었는지에 따라 분류했다.

영진위 김미현 정책연구팀장은 “미국은 액션, 일본은 판타지 애니메이션, 태국은 공포 등 나라마다 선호하는 장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영화라는 매체가 현실을 위로하는 역할이 크고 그 방식으로 ‘웃음’이 선호된다”며 “‘괴물’ ‘왕의 남자’ 등 최고 흥행작들도 다른 나라에 비해 코미디 요소가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34편을 키워드별로 분석해 보니 로맨스가 주 내용인 영화가 13편, 조폭이나 범죄 소재의 액션 코미디는 12편으로 양대 산맥을 이뤘다. 사극과 섹스 코미디는 각각 두 편.

그러나 톱10 안에는 액션, 특히 조폭 코미디가 6편으로 ‘절대 강자’였으며 로맨틱 코미디는 3편뿐. ‘투사부일체’ 제작사인 시네마제니스의 서정 이사는 “코미디의 기본은 문화 충돌인데 포악한 조폭이 멍청하게 나오고 무너지는 모습을 관객들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섹스 코미디는 ‘색즉시공’ 한 편이다. 한국에서는 슬랩스틱이나 패러디, 정치풍자, 화장실 유머가 잘 안 통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1번가의 기적’의 윤제균 감독은 “코미디를 상황, 대사, 몸으로 웃기는 세 가지로 나눌 때 한국 관객은 상황으로 웃기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액션 코미디 ‘쏜다’의 개봉을 앞둔 박정우 감독도 “비현실적인 할리우드나 홍콩식 코미디가 아니라 주변에서 있음 직한 얘기 속에 의외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한국적 웃음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 조폭-로맨틱 등 소재 편중… “웃음 위한 웃음 머물러” 비판도

2002∼2006년 5년간 개봉작을 분석한 결과 코미디 영화는 매년 총개봉작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2001, 2002년 코미디가 크게 흥행하면서(흥행 톱10 중 6편) 2004년에는 전체 개봉작의 46%까지 비율이 치솟았다. 하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해 제작이 줄다가 작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미디 톱10의 1, 2위가 모두 지난해 제작된 코미디다.

액션 코미디는 2001, 2002년 붐을 이뤘다가 제작이 줄었지만 재작년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 액션 코미디의 70% 이상은 조폭이나 형사가 주인공이다. 반면 로맨틱 코미디는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 ‘싱글즈’ 이후 2004년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점점 줄고 있다. 싸이더스FNH 조윤미 실장은 “‘결론을 알고 가는 장르’이기 때문에 보통 200만 명이 최대”라며 “국내 배우의 경우 배우에 대한 판타지 효과도 떨어져 오히려 외국 로맨틱 코미디가 더 잘된다”고 말했다.

기타 코미디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 작년에는 전체 코미디의 59%까지 올라가 다양화 경향을 보여 줬지만 아직은 가족 학교 섹스 등 몇 가지 키워드로 묶인다.

영화평론가 강한섭(서울예대 교수) 씨는 “코미디의 최고 수준은 돈과 권력을 조롱하는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 한국 코미디는 ‘웃음을 위한 웃음’에 머무르고 있다”며 “금기를 깨는 창작자들의 분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장재혁(25·서울대 지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코미디 지존’ 감독-배우는…▼

b>‘흥행 킹’ 김상진 감독

김상진 감독은 200만 명 이상 흥행작에 코미디 4편을 올려놓았다. ‘주유소 습격 사건’부터 시작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 등으로 총 1295만 명이 그의 코미디 작품을 봤다. 차기작도 나문희 주연의 코미디물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이다.

b>‘코미디 킹’ 신현준 차승원

4편의 코미디를 성공시킨 남자 주연 배우는 3명. 총관객 수로 따지면 신현준 차승원 이범수의 순서다. 신현준은 가문 시리즈 2편과 ‘맨발의 기봉이’ ‘킬러들의 수다’에 출연했고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에 나왔다.

b>‘코미디 퀸’ 김수미

김수미는 가문 시리즈 2편과 ‘맨발의 기봉이’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조연으로 나온 ‘마파도’와 ‘위대한 유산’ 등도 많은 관객을 모아 코미디의 여왕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김선아 김하늘 전지현 손예진 등도 2편씩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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