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TV의 가벼움… 요즘 오락프로 3D 시대?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의 맞선프로그램 ‘아찔한 소개팅’(목 오후 6시)은 남성 출연자가 여성의 체모를 비방하는 내용을 반복 방영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4일 ‘시청자 사과방송 및 방송 중지’ 조치를 받았다.

‘방송 중지’는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영을 금지하는 조치다. 지상파 오락프로그램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SBS ‘야심만만’은 5월 ‘내가 변태라고 생각할 때’라는 주제로 출연자들의 성적 취향과 경험담을 내보냈다가 방송위의 ‘권고’ 조치를 받았다. 최근 KBS2 ‘해피선데이’(일 오후 5시 55분), MBC ‘황금어장’(수 오후 11시 5분) 등도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아슬아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오락프로그램들의 초점이 3D(Dirty·더럽고 음란함, Disclose·사생활 노출, Disparage·비방)에 맞춰지면서 이런 문제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만연한 개인 사생활 노출 경향이 방송에 무차별로 반영된 현상”이라며 “더럽고 선정적인 화면, ‘왕따’식 비하는 쉽게 웃기고 관심을 모으려는 제작진의 태만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 한상희 팀장은 “재방영만 금지하는 ‘방송 중지’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중징계가 아닌 일회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과태료 처분 등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재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Dirty(더러운) - 지저분하거나 선정적으로

얼굴에 물 뱉고 무 조각 질질~

3일 방영한 ‘해피선데이’의 ‘쾌남시대’ 코너는 가수 이효리가 입에 물을 머금고 있다가 탤런트 이계인의 얼굴에 뿜는 장면을 수차례 내보냈다. MBC ‘무한도전’(토 오후 6시 35분)도 2일 출연자들이 앞니로 무를 가는 시범을 보이다가 무 조각을 줄줄 내뱉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영해 불쾌감을 줬다. SBS ‘헤이헤이헤이2’(목 오후 11시)의 ‘19금 커플’은 출연자들의 선정적 몸짓이 도마에 올랐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무리 심야지만 (남녀 출연자가) 몸을 비비적거리는 동작이 거북했다”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Disclose(노출) - 사생활 드러내 눈길끌기

성형-이혼경력 다 까발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연예인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노출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코너는 지난달 26일 여성 출연자들의 성형수술과 이혼 경력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무한도전’도 3일 출연자들이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힌 MC 유재석에게 “손은 어떻게 잡았느냐” 등의 농담을 하는 것을 무려 15분 동안 내보냈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금 오후 10시 50분)도 지난달 30일 출연자들이 학창시절 야한 비디오를 봤던 내용과 무면허 운전을 했던 경험담 등 사적인 얘기를 늘어놓았다.

Disparage(비방) - 신체적 조건 깎아내리기

입 튀어나온 죄… 머리 큰 죄?

‘무한도전’은 지난달 18일 출연자의 키와 머리 크기, 체형을 패션모델과 비교하며 ‘뚱보’ ‘헬멧’으로 부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황금어장’도 개그우먼 정선희의 입 모양을 빗대 ‘돌출’이라 부르거나 강호동을 ‘돼지’에 비유했다. SBS ‘X맨 일요일이 좋다’(일 오후 5시 30분)에서는 3일 자막에 가수 MC몽을 ‘몽키’로, 하하를 ‘작은 키’로 표현했다. MBC ‘에너지’(목 오후 11시 5분)는 지난달 30일 방송에서 진행자가 박경림의 얼굴형이 각이 졌다며 ‘도시락’에 비유하기도 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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