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발칙한 영화의 질문에 너라면?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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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을 앞서 나가는 걸까? 아니면 영화는 현실을 뒤쫓아 가는 걸까? 최근 국내에서 개봉됐거나 개봉을 앞둔 영화 3편은 ‘악’ 소리 나는 황당 시추에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이들 영화가 뻔뻔스럽게 던지는 질문들은, 중년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청년이 그녀의 딸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 ‘졸업’ 이상으로 파격적이다. 당신이라면 이들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뭐라고 답하겠는가? △두 아들을 둔 33세 IT 회사 팀장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졌다는 유부남 A 씨 △미혼 남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는 28세 회사원 B 씨 △8세 딸 하나를 둔 보수성향의 36세 주부 C 씨 △초등생 딸 하나를 둔 진보적인 성향의 40세 직장여성 D 씨가 솔직하게 답했다.》

①‘그녀는 날 싫어해’(2일 개봉)=나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제약회사 중역. 사내 비리를 폭로했다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땡전 한 푼 없는 신세가 된다. 결혼을 코앞에 두고 약혼녀가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해 왔다. “알고 보니 난 레즈비언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동성(同性) 애인과 동거에 들어가며 소식을 끊었다. 오랜만에 다시 나타난 그녀. 동성 애인과 함께 왔다. “당신처럼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명석한 아이를 애인과 내가 함께 낳아 함께 기르고 싶다”면서 “큰돈을 줄 테니 나랑 애인을 임신시켜 달라”고 조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A 씨=남자로선 손해 볼 것이 없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달이 난 게 남자들인데, 이렇게 제 발로 직접 찾아와서 잠자리를 함께 해주겠다고 하니…. 감사할 일이다. 더군다나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라니….

▽B 씨=내 정자 가격을 최대한 올려 받겠다.

▽C 씨=생명을 사고파는 건 미친 짓이다. 만약 아이들이 각각 태어나면 생물학적으로, 법적으로 얼마나 헷갈리겠는가. 생물학적으론 아버지가 같지만, 엄마는 다른…. 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두 여자가 아버지도 되고 어머니도 되고, 아님 둘 다 아버지가 되거나 둘 다 어머니가 되고…. 미친 짓이다.

▽D 씨=해주지 뭐…. 우량유전자라며? 인류에 기여해야지. 둘째 낳을 것을 두고 나도 한때 고민했다. 그래도 명석한 남편의 유전자가 좋은 것 같아서 인류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남편 애를 더 낳는 거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결국 포기했지만.

②‘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16일 개봉)=어머니와 사별한 지 5년 되는 구두쇠 아버지(백윤식)는 한번도 성경험이 없는 17세 고교생 아들(봉태규)과 어느 날 연적(戀敵)이 된다. 아래층에 세 들어 살게 된 중년 여성(이혜영) 때문이다. 당신이 아버지라면, 또 아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

▽A 씨=내 자식 또는 부모랑 여자를 두고 라이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바로 포기한다.

▽C 씨=당연히 아들이 포기해야 한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③‘트랜스아메리카’(16일 개봉)=나는 17세 청년.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나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친아버지의 연락처를 받는다. 난생 처음 친아버지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청한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줌마였다. 알고 보니 친아버지는 여자가 되는 게 평생의 꿈인 트랜스젠더였던 것! 성전환 수술을 1주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A 씨=그냥 아버지, 아니 어머니인가? 여하튼 그분의 수술이 잘 되길 빌어 줄 것 같다.

▽C 씨=수술이 끝나더라도 아들은 아빠를 계속 ‘아빠’라고 불러야 한다. 육체는 비록 ‘아줌마’ 모습이지만, 아들은 가슴속으로 늘 부재한 아빠를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수술 뒤 ‘엄마’가 되더라도 아들에겐 아빠의 역할과 모습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들의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D 씨=아들이 17세면 이런 상황을 소화하기 어려운 나이겠지만, 아버지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 되겠지. 서로가 양보해서 아버지의 수술 날짜를 좀 늦추는 방법이 있다. 한두 달 수술을 미룬 뒤 ‘아버지와 아들’로서 또는 ‘남자 대 남자’로서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함께 여행을 간다든가, 아님 대중목욕탕에 간다든가…. 그 뒤에 수술을 하면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마음속에 갖게 될지 모른다. 물론 아버지는 수술 전에는 아줌마가 아닌 아저씨의 복장과 외모를 아들에게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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