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논문표절 신이사 사퇴하라”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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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로 임명된 신태섭(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KBS 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신 이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본보 7일자 A8면 참조▽

▶ KBS 신태섭이사 논문5편 표절

KBS 노조는 성명에서 “(동아일보 보도를 본 뒤) 하루 동안 인터넷에서 문제의 논문을 찾아 내용을 비교 확인하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며 “남의 논문을 10여 쪽씩 각주까지 그대로 옮겨 자기 논문인 양 외부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서너 명의 교수에게 신 이사의 표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문의한 결과 학계가 자기 논문을 표절하는 데 대해서는 엄격하지 않지만 남의 논문을 표절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며 “본론 25쪽 가운데 20쪽가량을 각주까지 그대로 베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답변”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신 이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를 계속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상식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신 이사가 KBS와 언론운동단체의 명예를 생각해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민언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동아일보의 기사는 정치 공세”라며 “신 대표의 개인적 해명과는 별개로 동아일보가 표절이라고 주장한 대목을 따져 우리 단체와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신 교수가 다른 사람의 법제 연구 논문에서 13쪽 분량을 가져다 썼다는 지적에 대해 “법령이나 제도에 대한 기술은 공유된 자료로 표절과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원본의 법령뿐만 아니라 저자의 독창적인 해석 18개 문단과 2쪽 분량의 표 2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민언련은 또 신 교수가 남의 논문에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인용한 듯 출처를 적었다는 보도에 대해 “이는 표절이 아니라 각주 처리의 문제”라고 주장했으나, 신 교수는 다른 논문에서 같은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출처를 밝히기도 했다.

신 교수가 새 논문을 쓰면서 예전에 발표한 자신의 두 논문에서 상당 부분 베껴 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방송광고판매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 논문은 예전의 논문과 유사하나 2002년과 2006년의 상황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논문을 재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예전의 두 논문에서 33단락 분량을 새 논문에 옮겨 써 짜깁기 논란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민언련은 또 서유럽 4개국 규제 제도를 다룬 2003년 논문의 상당부분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2004년 독일과 프랑스 등 개별 나라의 연구 결과에 옮겨 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2003년 논문은 4개국의 공통 경향을, 2004년 논문은 개별 국가를 독립적으로 다룬 것으로 유사한 내용이지만 실질적인 주제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제가 차이가 있더라도 이미 발표한 논문의 내용을 옮겨 쓰려면 출처 명기나 인용부호 등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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