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박사 "'서울 1945'는 현 권력자 만족 위한 드라마"

  • 입력 2006년 7월 13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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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9일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인수 박사가 드라마의 방영 중단과 수신료 납부 거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 6월9일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인수 박사가 드라마의 방영 중단과 수신료 납부 거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KBS1TV 드라마 ‘서울 1945’가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며 KBS 임원진과 드라마 제작진을 검찰에 고발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75ㆍ전 명지대 법정대학장)가 KBS와 현 정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 박사는 “‘서울 1945’는 지금의 권력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나라다’라는 말을 이어받아서 제작하려 했기 때문에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BS가 노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드라마를 만들려다 보니 허위 날조를 일삼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는 현 정권을 향해 “역사를 자기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를 임의대로 곡해한 스탈린 같은 독재와 공산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라”고 역설했다.

이번 논란은 ‘서울 1945’가 대한민국 건국기를 왜곡했다는 데서 촉발됐다. 이 박사와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3녀 장병혜 박사는 지난달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1945’가 허위 날조된 사실로 대한민국 건국의 원훈들을 중상 모함하고 있다”며 KBS 정연주 사장에게 드라마 방영을 즉각 중단하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KBS 제작진 측은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지엽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서울 1945’는 이념드라마가 아닌 멜로드라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자 이 박사는 장 박사와 함께 지난 6일 “‘서울 1945’가 허위사실로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드라마 제작진과 KBS 임원진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KBS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이 박사는 시종 높은 톤을 유지하며 열변을 토했다. 이 박사와의 인터뷰는 12일 이화장에서 4시간 30여분 동안 이뤄졌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KBS에 ‘서울 1945’의 방송 중단을 요구했고, 정연주 사장과 드라마 제작진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6·15 선언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떠나서 통일하자는 거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통일하겠다는 게 아니다. ‘서울 1945’는 그 취지를 그대로 이은 거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려는 준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막아야 한다.”

노 대통령 만족시키기 위해 드라마 제작

-드라마 제작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의 권력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만든 거다. 노 대통령이 말한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나라다’라는 말을 이어받아서 제작한 거다. 여운형을 정의의 화신으로 만들고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기회주의자로 만들었다. 여운형에 대한 세밀한 분석도 없이 순전히 노 대통령의 말에 따라 만든 거다.”

-자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의 딸인 여류 피아니스트 문석경을 이 전 대통령의 수양딸로 등장시켰다.

“친일파 딸을 양녀로 삼았다는 설정이 말이 되나. 국민들이 그걸 보면 이 박사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완전히 이 박사를 친일파로 매도하기 위해 만든 거다. 친일파 딸을 양녀로 삼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친일파는 돈암장에 출입시키지도 않았다.”

-왜곡 논란의 핵심은 ‘여운형 암살’과 관련된 부분인 것 같다. 드라마는 ‘이승만에 의한 여운형 암살’을 암시하고 있다.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나온 신탁통치에 대해 국내에서는 반탁운동이 거셌다. 그때 백범 계열은 미군정을 접수해 버리자고 했다. 송진우는 그걸 듣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미군정을 상대로 싸우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그래서 송진우가 죽게 된 거다. ‘백의사’라고 임정의 암살단이 한 짓이다. 그 계통이 여운형도 죽였다. 미 정보부의 보고서에 나와 있다.”

가장 비겁한 여운형을 우상으로 만들었다

-여운형은 어떤 인물인가.

“패전을 알게 된 일본총독부는 일본인 75만 명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최대 과제였다. 그래서 여운형을 총독부로 불렀다. 여운형은 총독부로부터 2천만 엥, 지금 돈으로는 약 2억 불 정도를 받고 수락했다. 그 돈으로 전국적으로 치안대를 조직하고 정치 기반을 만들었다. 또한 박헌영과의 권력 경쟁에서 밀릴 것 같으니까 김일성에게 자신의 딸을 인질로 주면서 그와 손을 잡았다. 그런 여운형을 ‘서울 1945’는 굉장한 애국자이자 가장 정의로운 인물로 만들어 놨다. 가장 비겁하고, 가장 기회주의적인 사람이 여운형인데도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군정의 비호 속에 친일파와 손잡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이승만 박사는 미국무성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했다. 당시 한반도 문제는 미국무성이 담당했다. 이 박사는 미국무성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해 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거부했다. 그래서 미국무성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긴장관계에 있었다. 더구나 미국무성은 1946년 2월에 남한의 미군정에 비밀지시를 내렸다. 이승만은 미국무성과 사이가 안 좋고, 김구는 중국 정부의 앞잡이니 두 사람을 정치에서 제외시키고 제3자 김규식을 내세워 대통령으로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그런 압박을 이겨내고 이 박사는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드라마를 보면 정판사 위폐 사건 당시 “이승만은 친일파 돈을 마음대로 쓰는데 우리가 위조지폐 만든 것이 무슨 죄냐”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대사는 위폐 만든 게 뭐가 나쁘냐는 투다. 지금 북한이 위폐 만들고 있는데 그게 뭐가 나쁘냐는 것과도 상통한다. 드라마에서 위폐 만드는 게 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북한도 마찬가지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 박사가 친일파 돈을 마음대로 썼다고 하는데 절대 친일파 돈을 마음대로 쓰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여운형이도 건국준비위원회 만들 때 친일파 돈을 썼고, 김구도 송진우의 돈을 받았다. 독립운동 하다가 국내에 들어와서 정치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헌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 왜곡된 내용 없나.

“(드라마 대본을 보여주며) 너무 많다. 이승만 박사는 국내에 들어올 때 굉장히 환영을 받은 것으로, 김구 씨는 쓸쓸히 들어온 것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똑같다. 이 박사도 마중 나온 사람이 없었다. 순전히 거짓말로 두 사람을 대비시켜 놨다. 또한 김구를 비롯해 임정 요인들이 귀국하기 전에 이 박사는 그들이 살 곳을 사전에 답사하며 마련했다. 그곳이 경교장이다. 김구 씨가 경교장에 들어갔을 때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백범이 왔는데 안 가보시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래도 말이야 초대 대통령인데 그 사람이 와야지 내가 가야겠냐’는 식으로 해 놨다. 이 박사 이미지를 깎아내리려고 작정한 거다.”

-KBS는 공영방송을 표방한다.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치우침 없이 방송을 제작한다는 말이다.

“KBS가 공영방송을 표방한다면 편파 없이 사실을 다뤄야 한다. 픽션이라고 하더라도 역사적인 인물이 나오게 되면,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사회는 인격을 존중하는 나라다. 픽션을 가지고 인격을 모독하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은 스탈린 같은 독재자

-왜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동구권의 몰락으로 공산주의 사상은 잘못됐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공산주의에 물들었던 사람들이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 같은 사람, 과거에 물들었는데 지금도 거기서 못 빠져나오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절대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영리하지 못하더라도 양심이 있으면 말할 수가 없다. 자기가 어디서 태어나서 고시를 보고 잘 살고 대통령이 됐는데…. 건국 대통령이 만든 대한민국을 욕해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 맹신자들이 거기서 빠져나와서 개심해야 국가가 발전한다.”

-역사 왜곡은 이전에도 있었다. ‘공산주의’만으로는 설명이 미흡한 것 같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 이기주의에 빠졌다. 자신들만이 최고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문민정부다, 국민의정부다, 참여정부다 해가며 자신들의 정부만이 유일한 정통성을 지닌 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업적을 깔아뭉갤 수밖에 없다. 이게 정권이기주의다.”

-노 대통령이 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말을 했다고 생각하나.

“스탈린은 독재자다. 그래서 역사도 자기 마음대로 만들었다. 노 대통령도 독재자다. 어떻게 역사를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려고 하나. ‘정의가 죽은 역사’라고 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본다는 설명도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하는데 이건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야말로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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