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라, 메이저리거 되려면…‘개그 마이너리그’ 프로그램 경쟁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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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사냥’ 오디션에 참여한 김준현(왼쪽) 김영조 씨. 김범석 기자
KBS2 ‘개그사냥’ 오디션에 참여한 김준현(왼쪽) 김영조 씨. 김범석 기자
17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희극인실. 군복 차림의 김준현(26) 씨와 김영조(25) 씨가 초조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 이날은 KBS2 ‘개그 사냥’ 출연자 오디션이 있는 날. 두 김 씨처럼 개그맨이 되고 싶은 일반인들이 참가한다.

“자, 됐어요. 다음….”

마침내 두 사람 차례다.

“장군, 당나라 치킨부대가 쳐들어옵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씩 돌진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스토리는 치킨 배달이 인기 있자 이를 질투한 돼지보쌈들의 고뇌를 그린 것. 2주간 합숙까지 하며 연습한 모든 것을 쏟아냈지만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합격자는 개별 통보합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그날까지…

SBS ‘개그1’의 ‘서울사람’ 코너에 출연 중인 신인 개그맨들. 사진 제공 SBS.
요즘 개그계는 미 프로야구처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구분된다. 개그 프로그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방송사가 신인개그맨을 발굴하기 위해 마이너리그 격인 개그 프로그램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개그맨 지망생들에게 ‘메이저’로 불리는 무대는 KBS2 ‘개그콘서트(개콘)’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KBS는 지난해 5월부터 ‘개그 사냥’을, SBS는 지난달 22일 ‘웃찾사’의 2부 리그 격인 ‘개그1’을 신설했다. MBC도 2월부터 신인 위주의 ‘개그야(夜)’를 방영 중이다.

마이너리거들에게 꿈의 모델은 ‘개콘’의 ‘현대생활백수’ 코너로 스타가 된 고혜성(31) 씨다. 그는 지난해 6월 ‘개그사냥’으로 데뷔해 ‘안 되겠니∼’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11월 메이저리그인 ‘개콘’에 입성했다. 고 씨는 “큰 무대에 올라가니 출연료도 4∼5배는 많고 무엇보다도 개그에만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환경이라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개그 메이저리거가 되는 방법

‘개콘’, ‘웃찾사’의 출연자는 매주 각 40명 내외. ‘개콘’의 경우 ‘개그 사냥’ 출연자 30여 명, 공채 개그맨 30여 명, 기획사(YK패밀리, 갈갈이 패밀리) 소속 개그지망생 100여 명 등이 출연 후보군이다. ‘웃찾사’도 기획사(컬투패밀리, 박승대패밀리, 개그스테이션), 각 대학 개그 동아리 등에서 도전하는 사람 등을 합쳐 200명 이상이 출연 기회를 놓고 경쟁한다.

‘웃찾사’의 박상혁 PD는 “인기 프로그램의 수명이 예전 6개월∼1년에서 평균 2개월로 줄어 고정코너가 오래가지 않는다”며 “매주 경쟁 체제로 코너를 선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여지는 커졌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거들이 메이저로 입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메이저리거들은 무엇보다 ‘연출력’을 꼽는다. 개그맨 박준형(31) 씨는 “당장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일회성 아이디어, 특이한 개인기에 의존하는 신인은 한계가 있다” “개그맨 스스로 소재를 만들어 내 파트너를 캐스팅하고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에 PD 같은 능력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늘도 개그 프로그램 오디션장에는 개그 지망생들이 초조하고 들뜬 모습으로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직 제2의 리마리오나 블랑카는 보이지 않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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