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순신, 국민정서상 외교적 고립주의 초래 우려"

  • 입력 2004년 9월 7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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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국민정서상 외교적 고립주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盧雄來·사진) 의원이 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앞두고 사전 배포한 질의서를 통해 이같이 언급, 그 본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은 KBS가 고려 시대를 다룬 '무인 시대'에 이어 지난 4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대하 드라마다.

노 의원은 질의서에서 KBS 정연주(鄭淵珠) 사장에게 "'무인시대' 이후 삼별초의 대몽항쟁과 공민왕의 개혁을 다루려던 계획을 접고 갑자기 '불멸의 이순신'을 방송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특히 노 의원은 정연주 사장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과연 이순신의 시대를 '변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지 정 사장의 견해를 말씀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급변하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 이순신의 시대도 비슷했다. 이순신은 한마디로 원칙주의자였고, 그래서 적도 많았다.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지금 거인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란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노 의원은 "보다 넓은 시야로 주변의 세계 열강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처지"라며 "잘못하면 '불멸의 이순신'이 과도하게 원칙과 적과의 대립을 강조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주변 열강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정서상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기우가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노 의원은 또 질의서 말미에 "그야말로 저 개인의 쓸데없는 기우(杞憂)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노 의원은 이어 "일부에선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KBS가 고구려를 소재로 하는 대하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KBS의 견해와 계획도 함께 물었다.

초선인 노웅래 의원은 MBC 보도국 기자 출신으로, 사회부-경제부 등을 거쳐 지난 2001~2003년엔 MBC노조위원장을 지냈다.

한 측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 의원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상임위에 참석했으며, '불멸의 이순신'에 관한 질의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드라마 제작에 경영진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에 대해 원론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행간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질의서 말미에 '고구려 시대 드라마'를 언급한 것과 관련, '향후 고구려 시대를 다룬 드라마 제작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인가'란 질문엔 "전혀 그렇지 않다. KBS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포함된 것"이라고 이 측근은 설명했다.

다음은 노웅래 의원측이 홈페이지(http://www.know21.or.kr)에 올려놓은 '불멸의 이순신 질의자료 원본' 내용이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외교적 고립주의 국민정서 초래하지 말아야

KBS가 지난 토요일(9월 4일)부터 대하드라마 ‘무인시대’ 후속으로 ‘불멸의 이순신’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사실 KBS의 대하드라마는 KBS의 얼굴이기도 한 만큼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질의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무인시대’ 후에 삼별초의 대몽항쟁과 공민왕의 개혁을 다루려던 계획을 접고 갑자기 ‘불멸의 이순신’을 방송한 이유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KBS는 이미 여러 차례 “앞으로 10여년간 고려사 전체를 드라마로 다룰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에 왜 갑자기 그 계획을 바꿨는지 의아해 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불멸의 이순신’을 방송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며, 고려사를 드라마로 다루겠다는 계획은 취소된 것인지 밝혀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불멸의 이순신’ 예고편에서 임진왜란의 시대적 배경을 가리켜 “변혁의 시대”라고 표현한 것을 보았습니다. 과연 일본의 침략으로 민족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처지에 놓은 시대가 “변혁의 시대”인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정연주 사장이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급변하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 이순신의 시대도 비슷했다. 이순신은 한마디로 원칙주의자였고, 그래서 적도 많았다.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지금 거인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라고 한 것을 읽었습니다.

과연 이순신의 시대를 ‘변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지 정연주 사장님의 견해를 말씀해주기 바랍니다.

또한 세계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우리의 의지와는 달리 분단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한 우리로서는 최근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는 것 같다는 미하일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의 발언에도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보다 넓은 시야로 주변의 세계열강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야만 하는 우리의 처지로 볼 때 잘못하면 ‘불멸의 이순신’이 과도하게 원칙과 적과의 대립을 강조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주변열강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정서 상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기우(杞憂)가 드는데,

이것이 그야말로 저 개인의 쓸데없는 기우(杞憂)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에 신경써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이에 대한 정연주 사장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고구려 소재의 대하드라마 제작 검토해야

또한 일부에서는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하여 KBS가 고구려를 소재로 하는 대하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KBS의 견해와 계획은 무엇인지 밝혀주기 바랍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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