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인사이드]CJ-강우석 감독 ‘불편한 동거’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36분


극장 유통체인 프리머스 시네마(이하 프리머스)의 소유권을 둘러싼 CJ와 강우석 감독의 4개월에 걸친 분쟁이 일단락됐다.

양측은 최근 CJ그룹이 프리머스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해 계열사에 편입시키는 한편 이 회사에 대한 강 감독의 경영권을 2006년까지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 강 감독은 CJ인터넷이 보유한 시네마서비스 지분 60%(99억원)를 매입해 독립하며, 인수 뒤 시네마서비스의 지분구조를 강 감독 대 CJ가 각각 6 대 4의 비율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강우석 감독으로 상징되는 ‘충무로 토착자본’과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CGV를 보유한 대기업 자본의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CJ는 프리머스에 대한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받았고 강 감독은 시네마서비스 지분을 예상보다 저가에 인수함으로써 양측 모두 실리를 챙겼다. 영화계는 CJ와 시네마서비스 양측이 이미 감정적으로는 별거를 넘어 ‘이혼’ 상태이지만 이해관계 때문에 상호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이상한 ‘계약 동거’가 됐다고 평가한다.

영화계 두 고래 간의 싸움으로 실질적 영향을 받게 된 것은 관객들.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의 극장 라인에 대한 장악력이 약화됨에 따라 지금까지 CJ, 시네마서비스, 쇼박스(오리온)가 균형을 이뤘던 영화계 3강 체제에 균열이 왔다. 그 결과 배급라인이 CJ와 쇼박스로 몰려 영화제작사들은 양쪽을 타지 않을 경우 배급상의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높아졌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제작 ‘화씨 9/11’은 최근의 대표사례.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작품은 전국의 메가박스(오리온) 라인에서 한때 상영되지 않았다. 메가박스가 다른 영화와의 교차상영 방침을 정하자 배급사가 상영을 포기했던 것. 5월 개봉된 태국 영화 ‘옹박’의 관객 수는 전국 40여 만 명이었지만 CGV에서는 아예 볼 수 없었다. CGV가 4개 스크린에서만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하자 수입사인 쇼박스가 영화 배급을 접었다.

이런 점 때문에 강 감독은 CJ와의 분쟁과정에서 “프리머스의 소유권이 CJ에 넘어갈 경우 스크린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여론조성에 나섰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는 “어느 극장에서든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영화 선택권을 돌려주는 한편 컨텐츠를 공급하는 제작사 위에 배급이 군림하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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