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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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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낯선’ 손님들은 캄캄한 극장 안에서 도우미 관객들과 같이 웃고 울었다.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나에 귀를 곤두세웠고, 이해가 가지 않을 때면 옆에 앉은 도우미에게 내용을 확인하느라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각장애 1급으로 빛은 느낄 수 있지만 형태는 잘 구별할 수 없다는 장종순씨(30)는 영화 관람 뒤 “극중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조재현씨의 부정(父情)에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매달 영화 한 편을 본다는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화 마니아’로 통한다.
이날 극장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하나같이 문화적 욕구가 왕성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한 여성(25)은 “예수의 고난을 다룬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왔다.
영화는 저렴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문화장르지만 국내의 많은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사실 청각장애인의 경우 한국 영화에 자막만 넣어 주면 별 문제없이 관람할 수 있지만 다른 관객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1997년 11월 비장애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막과 시각장애인용 음성 해설이 있는 영화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음악회 연극 등 각종 문화 현장에서 녹음이나 좌석배치 등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거의 전무하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날’뿐 아니라 1년 내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책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김갑식 문화부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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