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TV코리아 ‘스쿨 어택’ 기습공연…학생들 열광

R&B 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22일 오후 대전 서대전여고에서 ‘스쿨어택’ 공연을 20여분간 벌였다.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는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일장춘몽 같은 공연 보여주기’다. 사진제공 MTV코리아

남성 리듬앤블루스(R&B) 듀엣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22일 오후 대전 서대전여고(교장 박경석)에서 ‘기습 콘서트’를 벌였다. 케이블 음악채널 MTV코리아 ‘스쿨 어택’에 출연해 이 학교를 기습한 것.

‘스쿨 어택’은 가수가 학교에서 ‘깜짝 콘서트’를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콘서트 직전까지 학생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게 포인트. 학생들의 자발적인 온라인(www.mtv.co.kr/Onair/Schoolattack) 투표로 후보를 정한 뒤 학교 측의 협조를 얻어 대상 학교를 최종 결정한다.

제작진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학생들과의 ‘머리싸움’. 지난달 가수 ‘세븐’이 평택여고에서 공연한 첫 방송 이후 학생들은 인터넷에 “강당에 불러 모으면 의심하라” “수상한 사람들이 안전헬멧을 쓰고 교내를 돌아다니면 의심하라”며 ‘스쿨어택’을 사전에 알아차리는 ‘노하우’들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운동장 공연으로 기획하고 대전서구 소방서의 협조를 얻었다. 22일 열린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스쿨 어택 녹화 현장을 따라 가봤다.

제작진은 이미 21일 오후 늦게 학교에 도착해 학교담에 ‘소방 교육의 날’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소방 교육용’으로 보이는 스피커 시설을 정리했다. 학생들이 하교한 상태여서 복장 등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제작진 중 3명은 다음날 낮 12시경부터 소방관 복장으로 교실을 돌아다니며 소화기 점검을 하는 한편 몰래카메라로 학생들의 모습을 찍었다.

오후 3시 10분경 화재 대피 훈련경보가 울리자 학생과 교사들은 운동장 옆 나무 그늘에 모였고 ‘가짜 소방관’으로 발탁된 MTV코리아 남석희 광고팀장의 안전교육이 시작됐다. 분위기는 산만했고 교실에 숨은 학생들도 있었다. “화재 시에 문이 뜨거우면 절대 열지 말라” 등 교육이 이어졌으나 학생들은 무더위로 인해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이어 한 학생이 전화로 화재 신고를 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 ‘신고’를 받은 붉은 소방차가 교정으로 들어왔고 그 뒤를 이어 무대차인 박스형 트럭이 ‘소방 교육의 날’ 현수막을 걸고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 들어왔다.

오후 4시 2분. 남 팀장이 “화재 진압 시범을 보이겠다”고 하자 사이렌이 울리며 무대차의 뚜껑이 열리고 돌연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등장해 ‘시 오브 러브(Sea of Love)’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대차로 몰려들었고 교실에 숨어있던 학생들도 뛰어나왔다. 제작진은 급히 안전선을 치고 환호하는 학생들을 통제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두 곡을 더 부른 뒤 대기하고 있던 밴을 타고 급히 퇴장했다. 이 때 시각이 4시25분. 20여분의 꿈같은 공연이었다.

학생들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퇴장 이후에도 아쉬움 때문에 운동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하나양(3년)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덕분에 순식간에 수험생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아름양(2년)은 “무대가 열렸을 때 세상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며 앞자리를 차지하느라 밟혔던 자국이 역력한 신발을 보여줬다.

김영수 교감은 26일 “학교 홈페이지에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학생들의 글이 줄을 잇는다”며 “일부 교사들은 자신들조차 몰랐던 것에 대해 섭섭해했으나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스쿨 어택’ 방영은 31일 오후 1시 반.

대전=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