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인 스캔들 방송 ‘아니면 말고…’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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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김선아씨와 재일교포와의 10년에 걸친 순애보가 최근 알려졌습니다.”

김선아 집 앞: (인터폰으로) 김선아씨 집에 없거든요.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세요.

“본인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김선아: ….(무응답)

매니저: 아닌데요.

“김선아씨의 열애설은 영화 ‘몽정기’ 촬영 당시 남자 친구가 현장에 찾아오면서 밝혀졌습니다.”

몽정기 스태프: 그건 아니에요. 그냥 집에 데려다 주는 정도?

몽정기 촬영 당시 매니저: 말도 안되는 소리같아요.

“둘의 관계를 확정짓긴 아직 어려운 것 같습니다.”

1월 29일 MBC ‘섹션 TV 연예통신’이 방송한 내용이다. 최근 방송 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이처럼 연예인의 스캔들에 대해 ‘아님 말고’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미확인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사실 확인의 제스처만 더해 소문을 더욱 부추킬 뿐이다.

1일 KBS2 ‘연예가 중계’는 가수 최진영과 모델 이경은이 열애설의 주인공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진영의 인터뷰를 간신히 했다고 생색내며 당사자의 해명을 더했다. 결국 최진영은 “교제는 과장이다. 나쁜 관계가 아니니까 좋은 관계라고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그러면 뭐야”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25일에는 영화배우 심은하의 컴백설을 소개하면서 ‘독점 취재’라는 타이틀까지 내걸었지만 스포츠신문의 기사를 인용할 뿐 추가로 확인된 내용은 없어 소문만 확산시켰다.

30일 SBS ‘생방송 TV 연예’도 마찬가지. 김선아와 농구스타 김승현의 스캔들을 다루면서 김선아와 재일교포의 열애설, 김승현과 탤런트 이세은의 열애설을 동시에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 프로그램은 김승현 김선아 이세은의 사이가 별다르지 않다는 점을 해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같은 연예계의 스캔들은 대부분 간단한 절차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것. 그럼에도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은 거짓으로 드러난 스캔들마저도 흥미를 끈다는 이유로 일단 방영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태현 미디어워치 부장은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미확인 소문을 전파를 통해 재생산한다면 ‘황색 방송’의 대표적 사례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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