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선량한 그가 싸이코로…'스토커'

  • 입력 2002년 12월 2일 19시 22분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스토커’는 로빈 윌리엄스의 섬뜩한 정신 이상자 연기가 빛나는 작품. 이전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나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여장 가정부, ‘플러버’의 괴짜발명가에서 보여주던 그 특유의 온화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 키팅에 익숙한 팬들에겐 혼란스러울 정도다. ‘스토커’는 그만큼 윌리엄스의 연기 관록과 변신을 보여주는 영화다.

윌리엄스는 올해 8월 개봉된 영화 ‘인썸니아’(2002)에서 연쇄 살인범으로 나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토커’는 2001년 제작된 것으로 윌리엄스의 연기 변신을 처음 선보인 영화다. 그는 ‘스토커’ 이후 ‘스무치’를 거쳐 ‘인썸니아’(국내 미개봉)에 출연하며 악역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스토커’는 집착에 대한 영화다. 싸이 패리쉬(로빈 윌리엄스)는 대형할인마트의 사진 현상코너 직원으로 다른 사람의 사진을 통해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게 즐거움이다. 가족이 없는 패리쉬는 오랫동안 사진으로 봐온 욜킨 가족의 행복한 삶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급기야 자신이 욜킨 가족의 한 사람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우연을 가장해 욜킨 가족에게 접근한 패리쉬는 욜킨이 부인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흥분한다. 패리쉬는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들고 불륜 현장을 덮친다.

‘스토커’의 가장 큰 매력은 정신 이상자의 복합적인 두얼굴을 담아내는 윌리엄스의 연기. 그는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 정신이상자로 돌변한다. 지난해 미국 개봉 때 매스컴으로부터 ‘로빈 윌리엄스의 최고의 영화’ ‘소름끼치도록 섬뜩한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 등 극찬을 받았다.

이 영화를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패리쉬는 관객에게 혐오감과 동시에 동정심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관객을 놀라게 하는 ‘한방’이 없다는 게 흠이지만 등장 인물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든 심리 묘사가 장점중 하나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 세계적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마크 로마넥의 감독 데뷔작. 풍부한 색감을 통해 세련된 영상미를 연출했다. 원제 ‘One Hour Photo’. 15세 이상 관람가. 6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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