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뮤즈’ 샤론 스톤 망가지다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03분


사진제공 시나브로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시나브로 엔터테인먼트

영화 ‘뮤즈’는 주인공인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 필립스(앨버트 브룩스)와 그의 어린딸의 대화로 시작된다. 한 단체로부터 인도주의상을 탄 필립스에게 어린 딸이 묻는다.

“아빠, 인도주의자가 뭐에요?”

“인도주의자란…, 오스카상을 한 번도 타지 못한 사람이란다.”

이 대화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영화 ‘뮤즈’에서 할리우드의 비정한 산업시스템에 대한 풍자와 한 물 간 시나리오 작가가 재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스티븐 필립스는 어느날 전속이던 파라마운트사로부터 ‘날이 무뎌졌다’는 지적과 함께 해고 통고를 받는다. 고민 끝에 잘 나가는 동료 잭을 찾아가고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예술의 여신 ‘뮤즈’(샤론 스톤)가 실제 할리우드에 존재하며 유명 감독들의 출세작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다는 것.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마틴 스코시즈의 ‘성난 황소’도 다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다.

뮤즈를 만난 스티븐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의 스위트룸, 롤스로이스 전용 자동차와 최고급 보석 등 그녀의 끝없는 요구에 기겁한다. 뮤즈는 잠자리가 불편하다며 급기야 스티븐의 안방까지 차지한다.

이 영화는 샤론 스톤의 코믹 연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철저히 앨버트 브룩스의 영화다. 감독 극작가 배우를 겸한 그는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 ‘미국에서 길을 잃다’ ‘어머니’ 등으로 미국 비평가 협회로부터 최우수 작가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에서도 감독 극본 배우를 맡았다.

영화 속 스티븐과 달리 브룩스의 코미디에는 ‘날이 살아있다’. 해고를 당한 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러간 스티븐 필립스는 수백명의 예약 명단을 기다린 끝에 스필버그의 방에 들어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얼빵하게 생긴 웬 대머리 아저씨. 스필버그의 사촌인 ‘Mr. 스필버그’는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른다”지만 “하루종일 여기 앉아 찾아오는 작가들의 대본을 스필버그 감독에게 전해주겠다는 말만 하면 월급이 나온다”고 한다.

영화에는 로브 라이너, 제임스 카메론,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해 관객을 즐겁게 한다. 강한 이탈리아 억양으로 “다음 작품은 ‘성난 깡다구’가 될 것”이라고 외치는 마틴 스코시즈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낸다.

이 외에도 앤디 맥도웰, 제프 브리지스 등 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 뒷얘기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15세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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