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인 사로잡은 '오아시스'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08분


우리 영화 ‘오아시스’가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 신인배우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해까지 베니스 칸 베를린 등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거의 상을 받지 못했던 한국 영화가 이처럼 상을 휩쓸었다는 소식은 반가움을 넘어 경이로운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번 수상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며 그동안 힘을 축적해 온 한국 영화가 서서히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영화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봄 칸 영화제의 임권택 감독의 수상에 이은 쾌거다. ‘빅 3’ 영화제에서 같은 해에 한국이 두 차례나 감독상을 받는 대기록을 이뤄낸 것이다.

한국 영화의 제작 여건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영화인들은 별다른 지원 없이 순수한 열정 하나로 온갖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이 감독은 시상식에서 “오늘밤 이 자리가 나의 ‘오아시스’”라며 “다시 힘을 얻어 사막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나 임 감독에게 올해의 영광은 척박한 제작 환경이라는 ‘사막’을 묵묵히 걸어온 집념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영화 ‘오아시스’는 장애인과 전과자의 사랑을 그린 현대물로 이전의 영화제 수상작과 구별된다.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탄 한국 영화는 조선시대 등 과거의 전통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세계 각국이 참가하는 영화제에서 동양적 전통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오아시스’의 수상은 같은 현대물끼리 치열하게 경쟁해 얻어낸 결과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

세계인들은 우리 영화에 본격적으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의 약진에 가속도를 붙이려면 영화계는 흥행성뿐 아니라 작품성 높은 영화를 만드는 데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영화 제작의 밑거름이 되는 문화계 전반의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 영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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