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드라마 ‘궤도 이탈’ 심각

  • 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2분


SBS '라이벌' KBS1 '인생화보' (왼쪽부터)

SBS '라이벌' KBS1 '인생화보' (왼쪽부터)


최근 형제나 자매가 한 여자(남자)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벌이는 비정상적 사랑을 담은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SBS ‘라이벌’ KBS1 ‘인생화보’ ‘당신옆이 좋아’ KBS2 ‘러빙유’ MBC ‘인어아가씨’ 등이 그 예.

‘인생화보’에서는 애림(김정란) 정림(김지연) 자매가 형우(이세창)를 놓고 갈등한다. 여기에 형우의 동생인 형식(송일국)이 가세해 정림의 사랑을 얻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신옆이 좋아’는 문희(하희라) 재희(정혜영) 자매가 민성(이재룡)을 서로 좋아한다. 민성이 사랑하는 사람은 문희지만 재희의 훼방 때문에 운명이 엇갈린다.

특히 ‘라이벌’과 ‘인어아가씨’ ‘러빙유’는 이복자매(형제)가 연적으로 등장한다. ‘라이벌’에서는 다인(소유진) 채연(김민정)이 태훈(김주혁)을, ‘인어아가씨’에서는 아리영(장서희) 예영(우희진)이 주왕(김성택)을, ‘러빙유’에서는 혁(박용하)과 민(이동욱)이 다래(유진)를 놓고 맞선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형제 자매간의 싸움은 주로 한쪽이 일방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그려지면서 전개된다. ‘인어아가씨’의 경우 아리영은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복자매인 예영의 약혼자 주왕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유혹한다. ‘당신옆이 좋아’의 재희도 가난이 싫어 부잣집 아들인 언니의 애인 민성에게 먼저 프로포즈한다.

이처럼 형이나 언니, 동생의 연인을 사랑하는 설정에 대해 시청자들은 ‘근친상간’과 유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사랑 다툼이야 드라마의 기본 요소이긴 해도 굳이 같은 핏줄을 타고 났거나 같은 집에 사는 이들을 연적으로 만드는 구도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주부 김미옥씨(35·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형제나 자매간이 연적 관계가 되는 것은 흔한 사례가 아닌데도 드라마에 일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극적 긴장을 위한 도구가 너무 작위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형제나 자매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원초적 연적’이라는 점을 드라마에서 극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이복형제나 자매들은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다른 형제나 자매의 연적을 빼앗으려는 복수극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것.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는 “형제나 자매의 애인을 사랑하는 것은 얼핏 우연으로 보이나 무의식적으로 상대에 대한 경쟁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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