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칸영화제]'뉴욕의 갱들' 감독 마틴 스콜세즈 "나도 고향닮아 거칠다"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06분


'뉴욕의 갱들'의 감독 마틴 스콜세즈 감독과 여주인공 카메론 디아즈
'뉴욕의 갱들'의 감독 마틴 스콜세즈 감독과
여주인공 카메론 디아즈
《20일 오후 5시(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 가득했던 상큼한 바다 내음은, 순간 뉴욕 뒷골목의 시큼한 피 비린내로 바뀌어 갔다. 사진 기자들을 위해 서너번씩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40도 이상 제치며 포즈를 취한 샤론 스톤(44)의 도발적인 드레스도 뉴욕에서 건너 온 한 노신사의 턱시도에 이내 가려져 갔다. 칸 국제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거장 마틴 스콜세즈(60) 감독의 신작 ‘뉴욕의 갱들’(Gangs of New York)의 20분짜리 맛뵈기 필름이 공개된 것이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스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과 함께 이번 영화제의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뉴욕의 갱들’은 1860년대 뉴욕 뒷골목인 ‘파이브 포인트’를 배경으로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이탈리아 이민자들 간의 세력 다툼을 그렸다.

팔레 드 페스티발 앞에는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 듯 수많은 영화팬과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 관객 기립박수로 환영

특히 영화의 주연인 암스테르담 역의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28)와 카메론 디아즈(30), 그리고 스콜세즈의 영화에 ‘오마주(Homage·경의)’를 바치기 위해 찾아온 감독과 스타들 및 그들을 ‘친견’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장은 흡사 개막식 행사를 연상케 할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 날의 주인공인 스콜세즈 감독은 디 카프리오와 디아즈를 양 옆에 거느리며 등장했다. 3월 타계한 미국의 거장 빌리 와일더 감독을 위해 마련된 ‘마틴 스코세즈와 함께 하는 한 시간-빌리 와일더에게 바치는 오마주전’을 겸한 이 시사회에서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사망한 선배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러 온 또 다른 거장을 기립 박수로 맞았다.

뉴욕 퀸스 출신인 스콜세즈는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좋은 친구들’(Good Fellas) 등을 통해 도시속 마이노리티의 인생 역정을 비정감 어린 폭력 신으로 그려낸 명감독. 미리 본 ‘뉴욕의 갱들’은 디 카프리오 등 슈퍼 스타급을 동원해 전작들의 코드를 이어갔다.

올해 ‘영화 속의 뉴욕’이라는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정도로 고향 뉴욕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한 스콜세즈는 “‘뉴욕의 갱들’의 배경이 된 1860년은 미국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시대였다”며 “내 성격도 당시 뉴욕을 닮아서 그런지 거칠고 격정적이다”고 소개했다.

영화 '뉴욕의 갱들'

‘좋은 친구들’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갱스터 영화인 ‘뉴욕의 갱들’은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인 암스테르담 발론(디 카프리오)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빌(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그의 정부인 제니(디아즈)를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 기득권층과 이를 무너뜨리려는 세력 간의 투쟁으로 점철된 이 영화에 대해 그는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어떤 나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그 시대가 던진 숙제를 소재로 잡아냈다”는 다소 난해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 "그와 함께 일해 흥분"

곁에 있던 디 카프리오와 디아즈도 처음으로 함께 한 거장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않았다. 촬영이 진행된 이탈리아 로마에서 거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디 카프리오는 “단지 스콜세즈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출연을 위한 오디션을 보러 할리우드에서 뉴욕으로 날아갔던 디아즈는 “몇 백만달러 벌어보자고 이 영화를 찍고 있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70년 암스테르담 발론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논픽션을 읽지마자 영화화를 결심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기획해왔다는 스콜세즈는 준비한 기간만큼 상영 시간을 놓고 제작사와 오랜 갈등을 겪기도 했다.

당초 그는 3시간짜리로 만들려고 했으나 제작사인 미라 맥스측의 설득으로 2시간 44분으로 만들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개봉되며,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초에 개봉될 예정.

칸〓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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