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다큐조작’ 명백한 시청자 기만” 시민단체등 비난 빗발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02분


MBC가 오락 프로그램 ‘!느낌표’의 ‘다큐멘터리-이경규 보고서’ 코너에서 야생 너구리 포획 장면을 연출해 방송했다는 보도(본보 1일자 A31면)가 나가자 시청자와 시청자단체들은 MBC 인터넷사이트 등에서 “공영방송을 주장하는 MBC가 명백히 시청자를 기만했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네티즌 이현재씨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로 ‘정정당당 코리아’를 내세운 MBC의 수준이 의심스럽다”고 했고 시청자 이재호씨도 “방송사로부터 우롱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지난해 6월 대구MBC가 경북 청송군에서 야생 호랑이를 촬영했다고 주장한 이후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해 흐지부지된 데 이어 이번 너구리 파문으로 MBC 프로그램의 신뢰도에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시청자 이희관씨는 “동물 다큐멘터리 제작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런 식이라면 방송사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함부로 사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청자단체 매비우스(매체비평 우리스스로하기)의 조은숙 기획부장은 “연예프로그램이 아닌 ‘뉴스데스크’ 등 메인 뉴스에서 정식으로 사과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개그맨 이경규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작진이 방송이 나간 후 연출 사실을 알려왔다”며 “비록 방송 후 사과를 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공익적 재미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유감을 표명했다.MBC측은 문제가 된 ‘…이경규 보고서’ 코너가 노력과 투자에 비해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 등을 감안해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느낌표’ 제작진은 2일 방송에서 당시 연출해 촬영한 과정과 지난달 30일 ‘섹션TV 연예통신’에 이어 다시 한번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한편 시청자들은 이처럼 연출된 다큐성 프로그램의 방영이 MBC 고위층의 사전 내락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일선 제작진의 일방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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