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TV특종 '스타의 전생' 비상식적 내용 논란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23분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화 오후 7·25)의 한 코너 ‘재미로 보는 스타의 전생’이 ‘믿거나 말거나’ 식의 비상식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이 코너는 매주 2명의 연예인에게 최면을 건 뒤 스스로 전생을 말하게 하는 프로그램. 1일에는 1시간 동안 신년 특집으로 방송하면서 최면 상태임을 증명할만한 여러 실험을 보여줬으나 그 수준은 매우 유치했다.

이날 방송에서 최면전문가로 나오는 김영국 신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스코리아 김민정에게 “당신은 컴퓨터”라고 최면을 건 뒤 12x12나 13x13같은 계산문제를 묻고 김민정이 정답을 말하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김 교수가 “3이라는 숫자는 없다”고 최면을 건 뒤 1+2의 답을 묻자 김민정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실험으로 최면 상태를 입증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면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므로 더 치밀한 실험을 통해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 한 네티즌은 “미리 짜고 촬영할 수 있는 부분을 마치 놀라운 일인양 포장하다니 우습다”고 글을 올릴 정도다.

실제로 이 코너에 출연해 전생을 밝혔던 한 탤런트는 “분위기 때문에 최면에 걸린 것처럼 행동했으나 내 경우에는 거의 지어낸 이야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생 체험은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는 자막 한줄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빠져나간다. 1일에는 김 교수가 “전생 기억은 최면의 영역 중에서도 가장 비과학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코너의 작가 김수미씨는 “극적 재미를 위해 전생이라는 소재를 빌려왔을 뿐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면서 “코너 제목에 ‘재미로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 김경희씨(주부·35)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비과학적인 내용을 무리하게 과학적으로 포장하는 것”이라며 “이처럼 ‘믿거나 말거나’식의 프로그램이 마치 사실인양 시청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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