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아모레스 페로스', 개같은 인간향한 개들의 충고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18분


멕시코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os·개같은 사랑이라는 뜻)는 ‘개같은’ 인간들에게 던지는 개들의 충고같은 영화다. 영화는 3명의 주인공과 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에피소드는 옥타비오와 그의 애견 코피. 옥타비오는 형수와 함께 도망갈 돈을 모으기위해 코피를 투견장에 내몰아 떼돈을 벌지만 형수가 형과 함께 그 돈을 갖고 튀어버린다. 옥타비오는 막가는 심정으로 차를 몰다가 교통 사고를 내고 코피는 인근을 지나던 살인청부업자 치보가 데리고 간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치보와 코피의 이야기. 치보는 자기 일(살인)을 마치고 돌아온 뒤 코피가 집안의 다른 개들을 모두 물어죽인 것을 보고 총을 겨눈다. 치보는 그러나 코피가 자기 생명을 구해준 ‘새 주인’을 위해 그동안 싸움판에서 해오던대로 개들을 물어 죽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오직 돈을 위해 사람을 죽여온 자신과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세번째는 옥타비오의 차와 충돌한 슈퍼모델 발레리아와 그의 애견 리치. 발레리아는 중상을 입은 뒤 리치와 노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러나 리치가 마루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자 남편에게 짜증을 내고 둘 사이는 틀어진다.

이같은 에피소드에서 개들은 서로를 갉아먹는 인간을 조롱한다. 치보의 에피소드에서는 개가 돈에 매몰된 인간의 목덜미까지 문다.

감독은 멕시코의 신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그는 영화 음악 등을 하다가 38세에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3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솜씨가 그동안의 관록을 엿보게 한다. 감각적인 핸드 헬드(카메라 들고 찍기)와 장중한 롱테이크(한 화면 길게 찍기)를 번갈아 사용해 ‘인간 용광로’라는 멕시코 시티의 밑바닥부터 최상층 인간 군상을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다.

2시간 27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18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