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의 눈]불신 키우는 시청률 숨기기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9시 39분


“시청자들에게 알려지면 파장이 우려돼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TV프로그램의 시청률 검증 결과를 확보해 놓고도 광고주나 방송사에만 알려주고 시청자들에게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TV시청률을 조사하는 기관은 AC닐슨과 TNS미디어코리아 두 회사. 이들의 발표수치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이 조사결과에 근거해 광고료를 책정해온 방송광고공사는 4월부터 부랴부랴 실사에 착수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두 회사의 시청률 조사결과가 1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광고공사는 실사결과를 토대로 두 회사에 10여 가지 개선 사항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의 신뢰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광고주와 시청률 조사기관 등 ‘관계자’끼리 문제를 보완해나갈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방송광고공사의 이런 태도를 접하고 도대체 결과가 어떻게 나왔기에 시청자를 따돌리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된다.

시청률을 인기 척도로 믿고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일종의 군중심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어느 ‘관계자’ 못지 않게 ‘알 권리’가 있다.

더구나 시청자는 수신료도 내고 방송 광고비도 간접적으로 부담한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프로개편 때마다 교양프로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정확한 시청률이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방송광고공사측은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며 이해를 구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시청자들의 불신만 커질 뿐이다. 오히려 시청률 조사의 문제점을 알아야 시청자가 그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다. 방송광고공사의 비공개 방침은 결국 엉터리 시청률을 그대로 믿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한 방송사 PD는 “검증 결과에 자신이 없고 조사 회사의 반발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허엽<문화부>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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