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학생 자녀 추적 코너 KBS2 '가족환상곡' 인기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부모가 성인인 자녀를 몰래 쫓아다니며 생활을 엿본다면 이는 ‘사생활 침해’일까.

이달 신설된 KBS2의 ‘가족환상곡’(월요일 저녁 7시)중 ‘우리 아이는 지금’에서는 대학생인 자녀의 생활을 궁금해 하는 부모가 몰래카메라와 도청장치 등을 동원해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한다.

예를들어 지난주 ‘우리 아이는 지금’에서는 “우리 애는 운동과 공부밖에 모른다”고 믿는 부모가 상경해 아들의 생활을 엿봤다. 그 결과 아들은 담배도 피고, 여학생 ‘헌팅’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3일에는 나이트클럽에 가서 살사춤을 추며 노는 딸의 모습을 엄마가 쫓아다니며 본다.

이 코너는 ‘감시대상’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 위주로 방영하는데다 부모와의 ‘황당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간은 늘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한다.

이후 제작팀에는 “학교를 그만두려는 딸이 착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참여 신청 전화가 걸려오는 등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팀은 23일 방영분부터 프로그램 마지막에 방영됐던 이 코너를 제일 앞으로 배치,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시청자는 KBS홈페이지에 “자녀에게는 부모가 이해하기 힘든 사생활이 있고 어엿한 성년이므로 누구의 감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만약 부모가 자녀에게 실망을 하거나 이 때문에 부모 자식간의 사이가 멀어지면 방송에서 과연 책임을 질까”라는 의견을 올렸다. KBS 자체 심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가족환상곡’의 한 관계자는 “대상을 중고교생이 아닌 대학생으로 한 것은 자칫 예민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기 쉬운 사춘기 청소년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라며 “사생활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부문을 최대한 배제하고 부모가 자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유쾌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꾸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환상곡’은 추석연휴기간 ‘코리아 특급’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던 실험적인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자 이번 개편에서 고정 편성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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