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시청자 제작프로 방영 차질

  • 입력 2000년 10월 3일 18시 44분


9일 시행되는 KBS 가을 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열린 채널’(토 오후 4시반)의 신설이다. 이 시간대는 시청자(시민단체 또는 개인)가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으로 국내방송사상 처음이다. KBS는 방송법에 따라 매달 100분 이상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열린 채널’이 당분간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편성이 됐으므로 14일 첫 방영할 수 있으나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KBS측은 “선정 기준이나 운영 세칙 등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시민 단체가 준비한 프로그램도 없는 상태”이라며 “11월경에 가서야 제대로 방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측의 입장은 다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시민사회단체협의회 권영준 사무국장은 “방송법이 시행된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KBS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운영세칙 등을 미뤘다”며 “프로그램 제작능력이 충분한 시민단체가 많지 않지만 KBS가 일찍 틀을 만들었다면 가을부터 방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시청자 액세스(Public Access)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미국의 경우 1972년 케이블TV에서 시작돼 98년 현재 퍼블릭 액세스 전국연합(ACM)소속 방송조직이 1000여개를 웃돌고 1주일에 2만시간을 방영한다. 또 PPTV는 매주 한차례 뉴욕 맨해튼의 한 채널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생방송한다. 독일은 1983년 이래 40여 지역에서 개방채널을 운영 중이며 브라질도 민중비디오운동연합(AVBP)의 주요 소속 단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KBS가 이같은 세계적 추세의 ‘열린 채널’에 뜸을 들인 이유는 프로그램 방영 이후의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싶기 때문. KBS측은 “제작자(시청자)가 책임을 지겠지만 KBS도 선정과 송출의 책임이 있어 법제처에 문의를 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이번 개편에서 ‘열린 채널’외에도 ‘도올의 논어이야기’(금 밤 10시), ‘북한리포트 서울에서 평양까지’(화 밤 10시), ‘테마쇼 인체여행’(월 밤 11시) 등을 신설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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