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TV연예' 5주년, 시청률 25% '효자' 프로 정착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지상파 TV 3사 연예정보 프로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SBS ‘한밤의 TV연예’(목 밤10·55)가 10일 방송 5주년을 맞는다. 95년 2월 본격 성인대상 연예프로를 표방하며 시작했던 ‘한밤의…’는 98년 이후 줄곧 25%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는 ‘효자’로 올라섰다.

‘한밤의…’도 한동안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못지 않은 선정성을 보여왔다. SBS의 연례행사인 ‘슈퍼 엘리트모델 선발대회’ 기간이 되면 비키니 차림의 팔등신 미녀들을 5분 넘게 카메라에 담는다든지, 여자 연기자들의 몸매를 유형별로 분석하기도 했다.

또 각사 연예프로에 공통되는 ‘임무’인 자사 프로 홍보의 첨병을 자임했다. 새 드라마가 시작되면 주연급 연기자는 으레 스튜디오로 초청되고, 촬영 현장도 낱낱이 소개됐다. 프로의 ‘경륜’에도 불구하고 매년말 신문사 방송담당기자들이 선정한 최악의 프로그램 명단에 종종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한밤의…’는 이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며, ‘건설적인’ 연예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사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전문리포트제. 팝 칼럼니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인 이무영(대중음악 영화), 재즈 드러머 남궁연(대중음악), 전문MC 조영구(연예가 사건사고) 등 각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을 배치해 효과를 보고있는 것.

지난해 테크노 열풍을 소개하면서 ‘도리도리춤’이 테크노의 ‘한국적 왜곡’이라며 오히려 ‘드럼 앤 베이스’ ‘애시드 하우스’ 등 테크노의 하위 장르를 깊이 있게 설명하고, 가수 김현정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서울-논산을 1시간만에 주파하는 연예인들의 과속 실태를 경찰의 멘트까지 붙여가며 문제점을 진단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저질이라는 이미지를 덜기 위한 ‘보완재’로 출발한 전문 리포트제가 이제는 연예계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루거나 적절한 수준의 ‘트렌드 읽기’ 등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얘기다.

첫회부터 연출을 맡아온 SBS 이충용PD는 “앞으로는 속보성 리포트는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전문연예잡지를 본다는 기분이 들도록 하겠다”고 제작 방향을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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