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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12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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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이단 파문, 이재록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편을 연출한 윤길룡(尹吉龍·42) PD.
밤새 대책회의를 갖느라 밤을 꼬박 새운 그는 “아직도 사라져야 할 성역(聖域)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12일 침통하게 말했다.
84년 MBC에 입사한 윤PD는 90년부터 ‘PD수첩’을 맡아 ‘소쩍새 마을의 진실’ ‘세계정교, 총령본존 어디 계십니까’ ‘석용산 스님은 뭘 갖고 저승가지’ 등 종교와 관련된 비리를 주로 추적해 왔다.
“개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잘못된 종교다. 정치적 사회적문제가 민주화를 통해 해결되고 있지만 아직도 종교문제는 언론조차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금기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세기말,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종교 비리를 뿌리뽑고 싶었다.”
그러나 종교계 비리를 방영하면서 윤PD에게는 가족을 피신시키고 전화번호를 바꾸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번 이재록목사건 취재는 지난달 1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측의 관계자로부터 만민중앙교회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시작했다. 취재에 나서면서 윤PD는 작업을 중단하라는 집요한 압력을 받아왔다고 털어놓았다.
만민중앙교회측이 낸 방영중지 가처분소송에 대해 법원이 성추문 문제를 방영치 못하게 한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상당 부분 증거가 방송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종교문제 담당 PD들은 교단들의 집요한 압력과 사내의 자체 검열, 법원의 결정에 고민하고 이 바람에 자주 교체되기도 한다. 그래서 7년동안 이 문제에 집착하는 그는 예외의 경우. 그러나 3월 종교단체 국제크리스천연합의 방영중지 가처분소송을 이기고 총재와 젊은 여신도간의 성추문 의혹 등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남상문(南相汶) PD도 집요하다. “취재소식이 알려지면서 집으로 ‘시위성’전화가 2,3분 간격으로 이어졌다”며 “지금도 후속편이 방영되면 죽여버리겠다는 정체불명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PD는 “어떤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성역을 깨뜨리며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PD수첩’을 포함한 시사프로의 사명”이라며 “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