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개수배 25시」 범죄재연프로 부작용 논란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미국에서 폭력적인 TV프로그램의 방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주 콜로라도주 리틀턴에서 발생한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사건이 계기가 됐다. 어니스트 홀링스 상원의원(민주당)은 “폭력을 담은 TV프로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쳐 이같은 학교 폭력이 발생했다”며 “TV폭력물의 방송시간을 제한하는 법안을 26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26일 영국에서는 미제(未濟) 강력사건을 추적하는 BBC ‘크라임 워치’의 앵커우먼 질 댄도가 피살됐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 프로에 원한을 품은 누군가에 의해 피살됐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폭력 살인 강도 등 각종 범죄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우리 방송의 범죄 재연 프로는 과연 ‘안전’한가.

KBS2 ‘공개수배 사건 25시’(수 밤9·50)는 범죄 재연프로가 모방 범죄를 부추긴다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5월3일로 예정된 봄개편에서 살아남았다.

1월 폐지된 MBC ‘경찰청 사람들’과 달리 미제 사건을 다뤄 용의자 검거에 일조했다는 게 KBS의 ‘생존논리’다. 제작진은 지난주 59회까지 공개수배한 2백24명의 용의자 중 1백10명(49.1%)이 검거됐다는 자료까지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28일 방영된 이 프로는 전체 50분 방영시간중 3분의 2이상을 사건 재연에 할애했다. MC의 진행성 발언을 보태면 용의자 검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공개수배 정보’는 10분을 넘지 못했다.

진행을 맡고 있는 백운기기자는 “질 댄도 피살사건 뒤 ‘괜찮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오비이락격으로 백기자는 28일 방영을 끝으로 교체됐다.

이화여대 유세경교수(언론홍보영상학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범죄재연 프로의 역기능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시청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범죄 수법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범죄예방법과 수배 기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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