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영화동네]사랑얘기「두둥실」…여성관객겨냥 개봉

입력 1998-10-01 19:37수정 2009-09-25 00:0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무살, 서른살, 마흔살 안팎의 여자를 겨냥한 세 편의 한국영화가 추석에 나란히 개봉된다. 그 세대 특유의 독특한 사랑법, 성과 사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는 것이 공통적.

‘키스할까요’는 10대와 막 데이트를 시작한 20대초반을 위한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다. 육체적 접촉을 병적으로 싫어하던 여자(최지우 분)와 입으로만 바람둥이처럼 떠드는 남자(안재욱)가 첫키스를 하기까지의 밀고 당김을 그렸다.

두 청춘남녀의 연기와 김태균감독의 연출이 산뜻하다. 스토리 자체가 가볍고 귀엽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키스만 하면 어디 새 세상이 열리든가?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스물아홉살 먹은 세 여자(강수연 진희경 김여진)가 바라본, 섹스에 관한 경쾌한 보고서이자 남성중심 성담론에 대한 혁명이다.

“섹스란게 뭔가 교감이 있으면…남자마다 다 다르잖아. 느낌이!”

여자들은 거침없는 수다를 통해 ‘섹스를 통해 여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한번의 섹스로 여자를 소유할 수 있다’는 남자들을 조소한다.

여성이 성적 쾌락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를 비정상적으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남성중심적 성행위를 평등의 개념으로 그려낸 점은 한국영화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남자가 여자를 ‘부적절하게’ 사랑하는 장면은 심의에서 잘려나갔다.

그러나 세 여자 역시 끊임없이 섹스와 남자에 목매단 모습으로 등장, 결국 성에 종속된 존재로 표현하는 것이 아쉽다. 남자인 임상수감독이 6개월간 여자들을 인터뷰해 시나리오를 쓴 점도 기억할만한 대목.

‘정사(情事)’는 노골적 제목과 달리 상당히 세련된 멜로영화다.

유부녀(이미숙)의 불륜이라는 통속성, 그것도 동생과 결혼할 남자(이정재)라는 치명적 한계를 소재로 삼았지만 절제된 대사와 섬세한 심리묘사, 유현한 미장셴으로 파격적 내용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연기생활 20년, ‘두 여자의 집’이후 10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미숙의 연기력은 단연 돋보인다. 잠든 아버지의 병상에서 눈물을 삼키며 운명적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처절한 사랑 표현으로서의 섹스는 보는 이의 가슴까지 미어지게 한다.

또 한가지 두드러진 점은 유려한 영상미. 신인 이재용감독은 회색 톤의 세트와 의상, 눈썹의 떨림과 숨소리까지 포착한 촬영과 음향 등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정성을 보였다. 하지만 두 남녀가 ‘우연히’ 브라질행 비행기를 타는 결말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난데없는 해피엔딩, 블랙커피 마신 뒤 사탕 먹는 기분.

〈김순덕기자〉yur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