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위성방송 진출 국내방송계 得보다 失』우려

  • 입력 1998년 2월 23일 08시 47분


루퍼트 머독이 참여하는 데이콤샛 위성방송에 대해 국내 방송계의 득실을 따져보는 채널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시장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산업기술적 문화적 분석을 통해 가능한 한 유리한 조건으로 머독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머독의 지분 참여 문제. 머독은 이미 인도와 중국의 위성방송에 투자했다가 수억달러의 손해를 봤다. 그런 머독에게 데이콤샛의 투자비용 1천만달러(15%)는 푼돈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영상 소프트웨어 소유주인 머독은 사업참여에 따르는 영상물 판매효과를 겨냥, ‘저비용 고효율’식의 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승수 전북대교수는 “아예 머독의 투자지분을 늘리고 그 수익을 한국 사업자와 나누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머독의 ‘문화 공습’은 어떨까. 국내영상산업의 열악한 현실에 비추어 데이콤샛 위성방송의 50개 채널 중 상당수가 부실 운영의 소지마저 있다. 데이콤의 위성방송추진사인 DSM의 유세준사장은 “머독은 해당 국가의 국내법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우리도 방송법을 통해 머독의 공습을 견제하는 동시에 영상물 제작의 노하우를 최대한 빼낼 전략”이라고 말했다. 기술 산업적으로는 케이블TV 공중파 지역민방 등 매체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데이콤은 위성 데이콤샛에 들인 8천9백만달러의 조기회수가 관심이다. 위성방송을 서두르는 것도 무궁화 위성처럼 헛돈다면 외화 낭비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DSM은 위성방송의 조기 정착과 매체 공존을 위해 케이블TV 29개 채널에 우선 참여권을 줄 계획이며 80개 채널 중 50개만 우선 운용한다. 흑자예상연도는 2004년. 그러나 거품상태인 국내방송현실에 50개 채널도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시청자가 광고비나 수신료 등으로 부담하는 방송비용은 96년 2조6천억원으로 국민총생산이 우리나라의 13배인 일본과 맞먹을 정도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승인한 98년 국민소득지표는 6천6백달러로 7년전 수준. 경제력이 뒷걸음질치는 마당에 위성 방송만 마냥 장밋빛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 시청자들은 채널이 많을수록 선택권이 넓어진다. 반면 위성방송으로 인해 오락채널이 급증하거나 가구당 방송비용이 늘어나기도 한다. 어쨌든 디지털 위성방송은 21세기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고 현재 아시아 하늘에서도 우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의 우려는 국가 경제력 규모와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 비용, 매체산업간 균형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IMF’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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