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작곡가 딜리어스,산자를 위한 「레퀴엄」음반 선보여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죽음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 것인가. 고금의 대작곡가들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레퀴엠’으로 떠난 자의 평안을 기원했다. “주여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끝없는 빛을 비춰주소서.” 다른 가사를 쓴‘레퀴엠’도 있다. 브람스의‘독일레퀴엠’은 성서의 구절을 빌려 노래한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도다.” 영국 작곡가 딜리어스(1862∼1934)도‘레퀴엠’을 작곡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쓰인 가사는 종교적 내용과 전연 관계가 없다. 부활도 영생도 윤회도 암시하지 않은 것. “죽음이 다가오면 인간은 지식과 함께 그의 모든 것을 잃으리라”는 가사는 오히려 현세 위주의 세계관을 짙게 깔고 있다. 음악사에서 희귀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작품이 최근 음반으로 선을 보였다. 리처드 히콕스 지휘 본머스 교향악단과 합창단 연주(산도스). 딜리어스는 노르웨이의 그리그, 프랑스의 드뷔시 등에게서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적이며 세기말적 염세주의의 성격을 띠는 작품을 여럿 남겼다. 그의 관현악은 들판을 떠다니는 바람처럼 덧없는 몽상의 기분을 자주 드러내지만 프랑스 인상주의자들처럼 관능적 생명력을 노래하기 보다는 어두운 분위기와 허무감을 짙게 나타낸다. 지휘자인 히콕스는 현악의 내성(內聲)을 짙으면서도 부드럽게 가져가고 목관 및 호른, 하프 등 색깔이 분명한 개별악기의 음색을 강조해 작품에 가장 적절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맑고 순수한 본머스 합창단의 앙상블도 효과 만점. 음반에는 딜리어스가 작곡한 또하나의 의사(擬似)종교음악인‘인생 미사’도 함께 실렸다. 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빌려온 이 작품의 가사 또한 신앙심과는 관계가 없다. “인간이여 주의하라. 무엇이 거룩한 밤을 알리는가….” 〈유윤종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