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인 동포들에게 매일 2시간씩 「고국의 소식」을 전해 온 사할린 국영방송의 한국어프로그램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어 현지 동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동안 사할린 동포들은 국내 TV프로그램 제작업체인 인디컴(사장 金台榮·김태영·40)이 사할린 주정부와 3년간 계약, 지난 94년3월1일부터 사할린 국영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한국어 프로그램 방송(밤 9∼11시)을 보면서 망향의 한을 달래왔다.
인디컴이 빌려쓰고 있는 채널은 사할린의 3개 공중파 공영방송 중 「사할린 국영TV」(채널12)로 1년 임대료는 7천달러(5백90여만원). 인디컴은 채널 임대료 외에 지난 3년간 1억5천여만원을 들여 방송용 테이프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사할린 주정부측이 오는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채널 임대료를 3, 4배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해 인디컴측은 『더 이상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사할린 한인회측에 고충을 털어놨다.
인디컴 김사장은 『사할린 동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지난 3년 동안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2천여개의 방송용 테이프를 공급했으나 이제 경제적인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안타깝지만 사할린 주정부와 채널 임대 재계약을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사할린 동포들은 지난해 이같은 사정이 전해지자 한인회 자치신문인 주간 「새고려신문」(발행부수 2천부)에 모금광고를 내는 등 「한국어방송 살리기」에 나섰으나 모금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사할린한인회 金春卿(김춘경·58·여)부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곳 한인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그동안 모은 돈이 8백50달러에 불과하다』며 『고국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지난 94년8월 사할린 한국교육원에 파견돼 한국어강사로 근무하다 최근 일시 귀국, 이같은 어려운 사정을 전한 成百慶(성백경·44)씨는 『한국어 프로그램 방송을 보고 한인 1세들은 망향의 시름을 달랬고 2, 3세들은 우리말과 글을 배우고 있는데 이 방송이 끊긴다면 동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한편 현재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은 1세대 1천5백여명을 포함, 모두 4만3천여명이다.
〈具滋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