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데이터센터에 원전 24기급 전력 추가 필요…국내 가동 원전 맞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9일 20시 57분


반도체 6.3GW-데이터센터 18.4GW 필요
호남 태양광-풍력-원전 모두 활용해 공급
용인엔 동해-서해안 화력-LNG발전 쓰기로
발전소-산단 연결 송전망 확충이 과제로
정부 “적기에 차질없이 공급” 원론 입장만

29일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광주 첨단3지구가 AI 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와 연구산업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참 개발중이다. 2026.6.29 . 뉴스1
29일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광주 첨단3지구가 AI 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와 연구산업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참 개발중이다. 2026.6.29 . 뉴스1
정부가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와 충청·영남·호남·강원 등에 지어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을 총동원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준공 시점 미정)에는 6.3GW(기가와트), AI 데이터센터에는 2035년까지 18.4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원전 24기 이상의 발전용량(1기당 약 1GW)이 필요한 셈인데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전체 원전(26기)과 맞먹는 규모다.

막대한 추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보내기 위한 송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5년간 해왔던 송전망 확충 속도를 6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적기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생에너지-원전 총동원해 전력 공급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26.6.29.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26.6.29. 뉴스1
정부는 이날 ‘AI 시대를 선도하는 전기국가 비전’을 통해 호남권 반도체 산단과 전국 각지에 지어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4기가 들어선다. 정부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6.3GW의 전력을 호남의 풍부한 태양광·풍력과 한빛원전 등을 활용해 공급하고, 발전소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송전선도 신속히 건설할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 방안과 관련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원전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 모든 재생에너지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전 건설은 보통 9년에서 10년 정도 걸린다”며 “시기를 당기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용인 반도체 산단은 강원 동해안과 충남 서해안에 집중된 화력, LNG 발전 등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한다. 전력망은 기존 선로의 용량을 최대한 증설하고, 새 송전망이 필요할 경우 일부 구간을 땅 밑으로 묻는 지중화 방식을 통해 건설에 속도를 붙일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LNG 발전 등을 모두 활용해 전력을 공급한다.

정부는 대형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기존의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쓰는 분산형 전력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 메가프로젝트 송전망 확충 없인 ‘공염불’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뉴스1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뉴스1
문제는 적재적소로 전력을 보내줄 송전망 건설 속도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부터 2038년까지 약 73조 원을 투입해 국내 송전망을 기존보다 약 70%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향후 13년간 매년 1923C-km(서킷킬로미터)의 송전망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확충한 규모(304C-km)를 감안하면 건설 속도를 6배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여기에 메가프로젝트까지 추가되면 송전망 확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구체적인 일정 계획 없이 ‘적기에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송전망 설치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반발을 달랠 복안도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송전망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제정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을 통해 주민 보상과 지원을 강화했지만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향후 감사 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하반기(7~12월) 발표될 12차 전기본에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송전망 구축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 있고 구체적으로 담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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