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쿠팡이츠 상생안 퇴짜…“피해 구제에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8일 14시 21분


입점업체에 최혜대우 강요한 혐의
각각 3000억·600억원 상생안 제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할인 쿠폰 등을 경쟁 애플리케이션(앱)과 맞추도록 강요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시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각각 3000억 원, 600억 원의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피해 구제에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다시 제재 절차를 밟게 됐다.

18일 공정위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10일 전원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이 신청한 동의의결 개시 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 시정안을 제시해 공정위의 인정을 받으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 최소 주문 금액, 할인 쿠폰 등을 경쟁사보다 불리하지 않게 설정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점업체가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유료 멤버십 회원이 무료 배달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매장에서 제외했다. 두 업체 모두 최혜대우 혐의에 대해 자진시정 의사를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음식점에 자사 서비스인 배민배달 이용을 강제한 혐의와 배민배달이 가게배달보다 배민배달이 더 빨리 배달되는 것처럼 부당하게 광고한 혐의에 대해서도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반면 쿠팡은 유료 쇼핑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를 끼워팔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두 업체가 제시한 시정안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의 과정에서 심사관 역시 기각을 주장했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법 위반 행위로 다수의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영향을 받는 데다 경쟁 제한 효과도 현저하다”며 “다양한 이해 관계를 고려했을 때 신속한 집행이 이려울 것으로 봤다”고 했다. 심사관은 법 위반 기간 동안 배달앱 시장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경쟁 상황이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2024.11.15. 뉴스1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2024.11.15. 뉴스1
이들이 마련한 상생 방안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3년간 3000억 원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14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해 가게배달 입점업체 수수료를 낮추고 배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입점업체에 쿠폰비 일부를 지원하고 성장 단게별 맞춤 홍보 패키지를 지원하는 데에도 1600억 원을 들이기로 했다. 쿠팡 역시 피해 입점업체 지원을 위한 기금을 반드는 등 4년간 6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상생 방안에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프로모션과 중복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어 피해 구제에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며 “예를 들어 신규 입점업체 지원은 현재도 시행 중인 데다 과거 법 위반으로 영향 받은 업체도 아니라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각 결정에 따라 해당 사건들의 심의 절차가 재개된다. 공정위는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연내 과징금 등 제재 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업체의 최혜대우 혐의와 배달의민족 자사 우대 혐의에서 이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했다. 만약 전원회의에서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면 두 업체가 처음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제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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