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 동아일보

고수리 에세이스트
고수리 에세이스트
매일 아이들이 등교하면 나는 공동 작업실로 출근한다. 올해로 3년째, 정답게 모여 글 쓰는 ‘정글살롱’이라고 이름 붙인 작업실에서 8명의 여성 작가가 함께 일하고 있다.

흔히 ‘작가’를 떠올리면 어두운 밤,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집필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일한다. 환한 낮, 널따란 공용 책상에 동료 작가들과 모여 앉아 작업한다.

우리는 해의 시간을 따라 성실하게 일한다.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해 인문서와 드라마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글 쓰는 동료들은 돌봄과 작업을 오가며 활동하는 엄마 작가라는 교집합이 있다. 아이들 등굣길에 출근해 작업하다가 해 질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 돌봄과 작업을 반복하면서 매일매일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충실하게 보내려고 애쓴다.

작가의 일이란 무엇일까. 15년 차 작가로 일하며 변화를 실감한다. 요즘 시대의 작가는 글만 쓰는 집필자만을 일컫지 않는다. 창작한 원고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고, 책을 기반으로 파생되는 모든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업의 영역을 넓혀 가는 활동가에 가깝다. 마케팅과 브랜딩까지 확장된 작가의 일은 1인 작업자, 프리워커의 일과 흡사하다.

자기만의 업을 꾸려 나가는 프리워커는 활동해야만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에게 어떤 기회를 만날지 모르니까. 작가는 여기에 창조성과 예술성을 더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까. 곰곰이 고민해 봤다. 돌봄으로 인해 시간과 관계의 제약이 큰 엄마 작가지만,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 고독하게 일하되 고립되지는 말자고, 처지와 마음이 맞는 작가들이 작은 작업실에 알음알음으로 모여들었다. 매달 운영비를 나눠 부담하니 각자 부담해야 할 비용도 공유 오피스보다 더 저렴했다. 칸막이도 지정석도 없는 널따란 공용 책상에서 우리는 따로 작업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

소소한 티타임이나 점심 식사를 함께하거나, 영감과 재능을 교환하는 멘토링을 나눈다.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열고, 앤솔러지 문집을 만든다. 때때로 쓸데없는 수다나 사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출간한 책과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축하하기도 한다.

느슨하게 연대하지만, 동료라고만 규정하기엔 조금 더 애틋하고 친밀하게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 우리는 함께 일하는 동료라기보다는 같은 뜻, 같은 마음을 지닌 동지에 가깝다. 아마도 그 뜻이란 건 돌봄과 작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업을 오래도록 꾸려 나가고픈 마음일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 격언을 알려준 사람은 정글살롱을 처음 연 작가였다. 우리는 멀리 가려고 함께하는 사람들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 홀로 앞질러 가지 않더라도 여럿이 돌파하며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어떤 게 가장 좋았냐는 물음에 나는 선선히 대답하고 싶다. 더는 외롭지 않고 씩씩해졌노라고. 불안했던 마음이 안전해졌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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