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우량 리튬 자원 선점 나선 포스코홀딩스
아르헨티나 1500만 톤 염수리튬·호주 정광 수급권 확보
가격보다 안정적 조달에 무게… 소재 사업 원가 경쟁력 확보 포석
리튬 가격 조정으로 이차전지소재 업황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원료 자산 확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단기 가격 흐름보다 중장기 공급망 경쟁력에 무게를 두고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와 호주 리튬 광산을 잇달아 확보하는 모습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대규모 염수리튬 자원을 추가로 확보한 데 이어 호주 리튬 광산 지분투자 계약까지 체결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이차전지 시장이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량 원료 자산을 선점해 향후 수요 회복기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홀딩스가 눈을 돌린 곳은 리튬 생산 방식이 서로 다른 두 지역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염호를 기반으로 한 염수리튬 자원을, 호주에서는 광산에서 채굴하는 광석리튬 정광 수급권을 확보했다. 염수리튬은 장기 개발 자산의 성격이 강하고, 광석리튬은 상대적으로 빠른 원료 조달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나눠 가져가는 효과가 있다.
서호주 워지나(Wodgina) 리튬 광산. 포스코홀딩스 제공
호주에서는 미네랄리소스와 약 7억6500만 달러 (약 1조1000억 원) 규모 리튬광산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미네랄리소스와 중간지주사를 새로 설립하고 이 회사 지분 3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한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단순 지분투자보다 리튬 정광 수급권에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미네랄리소스와의 합작법인 리튬코가 서호주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 광산에서 확보하는 리튬 정광 중 30%를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수익과 함께 원료 조달권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은 호주 내 주요 리튬 광산으로 꼽힌다. 워지나 광산은 5.5% 수준의 정광 품위와 탄산리튬 기준 약 620만 톤의 매장량을 보유한 광산으로 평가된다. 마운트마리온 광산은 약 220만 톤의 매장량을 갖고 있으며, 기존 가동 이력을 통해 생산 역량이 확인된 자산이다.
포스코홀딩스 입장에서는 광산 지분 확보가 향후 제련 사업과도 연결된다. 리튬 정광을 안정적으로 들여오면 이를 기반으로 수산화리튬 등 이차전지소재 핵심 원료 생산과 연계할 수 있다. 원료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하는 것은 소재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염수리튬 자원 기반을 넓혔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을 통해 캐나다 리튬사우스가 보유한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 광권 100%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약 6500만 달러(약 950억 원)다.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는 리튬 추정 매장량이 약 158만 톤 규모로 알려져 있다. 리튬 함량이 높고 불순물 함량이 낮아 고품위 자원으로 평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보유 광권을 포함해 아르헨티나에서 매장량 기준 총 1500만 톤 수준의 염수리튬 자원을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 측은 채굴 가능성과 수율을 감안하면 최소 300만 톤 이상의 리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기준으로는 약 7000만 대 생산에 필요한 규모다. 리튬 가격이 현재 조정 국면에 있더라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장기적으로 커질 경우 원료 확보 경쟁은 다시 심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아르헨티나 현지 제도 변화도 변수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 유치 제도인 RIGI 승인을 앞두고 있다. RIGI는 에너지, 광업, 기술 등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승인이 이뤄지면 법인세 인하, 관세 면세 등 세제 혜택과 외환 규제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RIGI 승인을 받을 경우 아르헨티나 정부의 투자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첫 한국 기업이 된다. 이는 현지 리튬 사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이번 리튬 자원 확보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이후 강조돼 온 원료 경쟁력 강화 기조와도 연결된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사업에서 원료 확보와 생산기술을 결합해 경쟁력을 쌓아온 경험을 이차전지소재 사업에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리튬, 니켈, 흑연 등 핵심 광물 가격과 공급망 안정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리튬은 양극재와 배터리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원료다. 소재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가공·생산 능력만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원료 단계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조달 구조를 갖췄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염수리튬과 광석리튬을 동시에 확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생산 방식에 의존할 경우 가격과 정책, 생산 차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을 함께 가져가면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장기 개발 자산과 단기 수급권을 나눠 확보할 수 있다.
리튬 시장의 단기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발 공급 과잉, 배터리 소재 재고 조정 등이 겹치며 리튬 가격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신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는 가격 하락기를 우량 자산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
자원 투자는 가격이 오를 때보다 시장이 조정받을 때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경우 안정적인 원료 자산을 보유한 기업과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기업 간 원가 경쟁력 차이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투자는 단기 실적 개선보다 장기 공급망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리튬 가격이 조정받는 현시점에서는 투자 부담이 부각될 수 있지만, 이차전지소재 사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경우 원료 자급력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리튬 가격이 낮아진 시기에도 포스코홀딩스가 자원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원료 확보력이 곧 소재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염호와 광산을 함께 확보해 리튬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이를 제련·소재 생산과 연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