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31일 153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4.4원 상승했다.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종가가 1530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9일(1549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넘어섰다. 외환 당국이 지난해 4분기(10~12월) 환율 안정을 위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보다 약 7배나 많은 역대 최대 규모의 달러를 쓴 뒤 환율이 잠시 안정됐지만 최근 전쟁 악재가 터지면서 고환율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순매도로 코스피는 4% 넘게 하락하며 19거래일 만에 5,000 선으로 내려앉았다.
● 한은 “환율 빠른 속도로 올라”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장중 1536.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국제 유가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모두 상승 마감해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0.19% 오른 배럴당 112.78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2월 말 대비 5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차 걸프전 때인 1990년 9월(46%) 월간 상승률보다 높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지난해 4분기(10~12월)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224억6700만 달러(약 34조4000억 원)를 시장에서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크게 뛴 2024년 4분기(37억5500만 달러)의 약 7배로 불어난 수준이다.
외환 당국이 역대 최대의 외화 보유액을 소진하면서 시장 개입에 나서 환율은 연초에 안정됐지만 2월 말 전쟁 악재를 만나 다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당분간 1500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채 발행을 통한 2, 3차 추경이 이뤄지면 환율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날 서울 중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한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환율 상황과 관련해 “큰 우려는 없다”고 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최근 환율이 속도 측면에서 빨리 올라가고 있다”며 “시장의 심리나 (달러 수요) 쏠림이 뚜렷해지는 상황이 되면 원칙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 외국인 순매도에 코스피 5,000 선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6%(224.84포인트) 떨어진 5,052.4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9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3월 19일부터 31일까지 총 2조2700억 원어치를 팔았다. 3월 월간 순매도 규모는 33조6500억 원으로 2월(21조600억 원)보다 12조 원 이상 늘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4.94%(54.66포인트) 하락한 1,052.39에 마감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 위험이 국내 주식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