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우만나크 피오르드에 떠 있는 대형 빙산. 희토류·담수·에너지 자원이 매장된 북극권은 미·유럽·중국 간 전략 경쟁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둘러싸고 유럽 동맹국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외교 사안을 통상 수단과 직접 연결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영토 문제를 넘어, 물가와 공급망, 그리고 인공지능(AI)·자원 패권까지 겨냥한 전략적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8개국을 지목하고 관세 인상 로드맵을 공개했다. 2월 1일부터 대미 수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그린란드 매입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6월 1일부터 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표적 품목으로는 독일산 자동차, 프랑스산 와인과 향수 등 유럽의 대표적 고부가가치 수출품이 거론됐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유럽 간 무역 갈등이 금융·투자·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1.1경 원 경제 혈맹의 붕괴… ‘그린란드 인질극’의 서막
유럽연합(EU)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계기로 EU 집행위원회(EC)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 맞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와 미국 기업의 유럽 내 공공조달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유럽 경제는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직접투자와 서비스 무역으로 깊게 얽혀 있다.
미 상무부 해외직접투자(FDI) 통계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유럽 상호 직접투자 규모는 7조6000억 달러(약 1경1200조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이 “자동차·와인보다 금융·테크·데이터 서비스가 더 큰 전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단순히 제품 가격이 오르는 문제를 넘어, 1경 원대 거대 자본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성조기를 들고 있는 합성 사진을 게재하며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표지판에는 ‘2026년부터 그린란드―미국 영토’라고 적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 왜 하필 그린란드인가…AI와 자원의 교차점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을 잇는 북대서양의 전략 요충지다. 미국은 이미 이 지역에 미사일 조기경보 체계(비두픽 우주기지·舊 툴레 공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해빙이 진행되면서 북극 항로와 자원 접근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 그린란드는 희토류·니켈·코발트·구리 등 첨단 산업 핵심 광물의 잠재 매장지로 평가된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150만 톤으로, 전 세계 8위권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 본토의 확인 매장량(약 190만 톤)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탐사가 확대될 경우 매장량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수치만 놓고 보면, 그린란드의 자원이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에 편입될 경우 미국이 보유한 희토류 자산 규모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상황에서, 그린란드는 장기적 대체 공급망의 ‘최종 병기’ 후보지다. 다만 혹독한 기후와 인프라 부족으로 실제 상업적 채굴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AI 인프라도 변수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최대 비용은 전력과 냉각이다. 연중 기온이 낮고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있는 지역은 이론적으로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가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 잡으려면 해저 케이블, 전력망, 항만, 인력 등 기초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물’도 전략 자산이 되는 시대
담수 자원 역시 주목받고 있다. 미 CNBC는 20일 전 세계 물 수요가 2030년까지 공급을 최대 40%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전했다. 현재 담수의 상당 부분이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만년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은 무게와 운송 비용 때문에 대규모 수출이 쉽지 않고, 상업적 사유화 사례도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함께 지적한다.
● 한국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은
이번 갈등의 직접 충격은 유럽과 미국에 집중되지만, 한국에는 공급망 경로를 통해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산 부품과 장비에 대한 관세가 강화되면 글로벌 제조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전자·자동차·배터리 산업의 원가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다만 환율, 조달선 다변화, 장기 계약 구조 등 변수가 많아 소비자 가격으로의 전가 속도와 폭은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에게 그린란드는 더 이상 ‘얼음의 땅’이 아니다. 군사 요충지이자 희토류와 물이 묻힌 자원 전초기지, 그리고 AI 인프라 경쟁의 잠재 후보지다. 이번 관세 카드는 영토를 둘러싼 외교 문제가 아니라, 미래 산업과 공급망 패권을 겨냥한 구조적 충돌의 신호로 읽힌다.
[팩트 필터 요약] 1. 트럼프의 ‘관세 스케줄’ 2월 1일: 유럽 8개국 대미 수출품에 10% 관세 부과 시작 6월 1일: 그린란드 매입 협상 결렬 시 25%로 인상
2. 그린란드가 ‘금싸라기’인 3가지 이유 자원: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150만 톤(USGS 추정) ※ 글로벌 희토류 매장량 현황 (단위: 톤) 1위: 중국 (4400만) / 7위: 미국 (190만) / 8위: 그린란드 (150만) 에너지: AI 데이터센터의 냉각비용을 ‘제로’로 만드는 천연 냉각기 미래: 2030년 물 부족 시대를 대비한 거대 담수(빙하) 자원 선점
3. 우리 지갑에 미칠 영향 직접 영향: 유럽산 부품을 쓰는 국내 가전·자동차의 제조 원가 상승 압박 간접 영향: 미·유럽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환율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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