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전모 씨(39)는 새해를 맞아 지난해 가계부를 정리하다 놀랐다. 장보기 비용과 점심값, 가족 외식비를 합친 식비만 월평균 200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 250만 원, 두 자녀의 교육비 150만 원, 보험료·통신비 100만 원까지 더하면 매달 고정 지출이 700만 원에 이른다. 전 씨는 “맞벌이로 세후 월 850만 원을 벌지만 여윳돈은 150만 원뿐”이라며 “점심값이라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환율에 ‘기후플레이션(기후위기+인플레이션)’으로 먹거리 물가가 휘청이면서 국내 4인 가구의 한 달 식비가 140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6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4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식료품·비주류 음료 구입비+외식비)는 144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3.9% 늘었다. 특히 외식비는 월평균 73만1000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데 드는 비용(71만2000원)을 웃돌았다. 주요 식자재 가격 상승과 맞벌이 가구 증가로 외식이 집밥의 대체재를 넘어 사실상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먹거리 물가 상승의 배경에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공급 차질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쌀값은 1년 전보다 18.2% 상승했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배추(18.1%), 시금치(17.9%), 감자(11.4%) 등의 농산물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1400원대 고환율도 식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소고기와 과일 등 주요 수입 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는 물론 외식비 전반에 부담이 전가됐다. 새해 들어 커피값을 비롯한 외식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도 상승세다. 전통적인 엥겔계수는 집밥 비용만 반영했지만 최근에는 외식비까지 포함한 수정 엥겔계수가 주로 활용된다. 지난해 3분기 4인 가구의 엥겔계수는 29.5%로 2019년(26.7%)보다 2.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월평균 식비는 43.2% 늘어난 반면, 경상소득은 27.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지고 기후플레이션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단기 수급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물가 변동성을 줄일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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