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반도체 사업 승부수… 웨이퍼 제조 세계 3위 SK실트론 품는다

  • 동아일보

지분 70.6% 인수 우선협상자에
인수 대금은 4조원 안팎될 듯
SK, 재무구조 개선 숨통 트여
AI 등 신규사업 재원 확보 기대

두산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을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

SK㈜는 17일 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양측은 추가적인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계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SK실트론은 200mm(8인치), 300mm(12인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12인치 웨이퍼 분야는 글로벌 3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되면 두산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전체 가치는 약 5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어 인수 대금은 4조 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SK는 올해 초부터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다. 두산을 포함해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 운용사들이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적으로는 두산이 낙점됐다.

이는 두 회사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최근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을 강화하고 있었다. SK실트론을 인수하면 반도체 소재에서부터 테스트까지 아우른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2007년 두산밥캣 인수로 중공업 입지를 다진 두산이 이번 인수로 반도체 기업으로 또 한 번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그룹의 재무 안정과 신사업 투자 등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번 매각으로 수조 원의 자금이 들어올 경우 재무 구조 개선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신규 사업 재편 투자 재원도 확보하게 된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사업에서 보인 성과를 바탕으로 단순 반도체 제조 기업이 아닌 AI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올해에만 리밸런싱을 통해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자회사 지분을 유동화해 3조 원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SK스페셜티(2조600억 원), 빈그룹 지분(1조3000억 원) 등의 자산을 처분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29.4%)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 등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함께 인수했다. 이번에 최 회장의 지분이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면 SK실트론을 매각하더라도 SK하이닉스 등과의 협력 관계는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반도체#웨이퍼#SK실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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