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준비 중인 박민수 씨(26)는 올 하반기(7~12월)에만 회사 10여 곳에서 ‘서류 탈락’ 통보를 받았다. 면접 한번 보지 못한 것이다. 그는 각 기업에서 마케팅 직군 신입 사원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일단 넣어보자’는 마음으로 서류를 냈다. 스스로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붙을 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솔직히 속상하다”며 “공고를 봤는데 지원을 하지 않고 넘기면 죄책감이 들어 관성적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이처럼 실제 취업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채용공고에만 기계적으로 지원하는 ‘소극적 구직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자 2492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극적 구직자 비중이 60.5%에 달했다고 9일 밝혔다. 소극적 구직자 비중은 △채용 공고가 뜨면 의례적으로 지원만 하는 경우(32.2%) △구직활동을 거의 중단한 경우(21.5%) △완전히 구직을 중단한 경우(6.8%)를 합친 것이다. 적극적인 구직에 나선 대학생은 10명 중 3명 꼴인 28.4%에 그쳤다.
이들이 구직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역량·기술 부족으로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다만 ‘노력해도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서’(22.0%), ‘전공·관심 분야 일자리 부족’(16.2%), ‘임금·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 부족’(13.6%) 등 ‘일자리가 부족해서’란 응답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1.8%에 달했다.
청년들의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취업에 “최소 반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중 절반은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도 청년(20~34세) 미취업자 중 1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가 55.2%에 이른다.
학생들이 취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일자리 부족’을 지적한 만큼 기업들이 채용을 늘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외 불확실성과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줄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으로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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