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주식 투자시 분리과세 혜택
연간 3억 배당받아도 세율 20% 불과
은행 예적금 배당주로 대거 이동 전망… 금융지주-통신3사 등 수혜 업종 주목
상장사 12%만 요건 충족 유의해야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4월 배당금부터 분리과세가 적용될 예정이라 수혜 종목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금융과 통신 업종들이 대표적인 수혜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에 따라 향후 예금 이자소득 대신 주식 배당소득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머니무브’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현재 시점에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12% 남짓에 그쳐 당분간은 일부 종목 투자자들만 세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 “예금에서 배당으로 ‘머니무브’ 일 것”
7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란 개인이 배당으로 번 돈을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별도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재명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도와 기업의 배당 유인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 온 정책이다.
중요한 점은 모든 주식이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진 않는다는 데 있다. ‘고배당 상장 주식’에 투자해 받은 배당에 대해서만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고배당 상장 주식이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보다 배당을 10% 이상 늘린 상장법인의 주식을 말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내년에 받는 분기·중간·결산배당금부터 적용된다. 기존에는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로 합산돼 최고 45%의 누진세율이 부과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최대 월 2500만 원(연간 3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더라도 20%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배당 투자 매력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기준 연간 이자소득 2000만 원 이상 납세자의 총 이자소득은 약 10조7000억 원이며 이에 해당하는 예금은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최소 200조 원”이라며 “내년 1분기(1∼3월) 중반부터 이자소득에서 배당소득을 추구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전망이며 국내 증시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금융·통신 등 전통 배당주 수혜 주목
증권가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를 지목한다. 금융지주들은 윤석열 전 정부가 지난해 2월 도입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늘려 왔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41.3%, 배당성향은 25% 정도로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추가 부담이 제한적”이라며 “배당성향을 종전 대비 2∼3%포인트만 높여도 요건을 충족하게 돼 정부 정책 효과가 가장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올 4분기(10∼12월) 주요 은행주들의 총 배당금은 기존 추정치보다 약 4400억 원 높은 수준”이라며 “은행들은 분리과세 요건 외에도 감액 배당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해 배당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으로 꼽힌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 3사들의 내년 실적이 올해 대비 정상화되면서 배당 관련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할 전망이며 이를 통해 다른 업종 대비 다소 퇴색됐던 배당주로서의 가치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정부가 마련한 고배당기업 요건에 KT와 LG유플러스는 2025년 사업연도, SK텔레콤은 2026년 사업연도부터 순차적으로 포함될 전망”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은 업종 내 배당 수익률(현재 주가 대비 연간 배당금의 비율)이 가장 높은 통신 3사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실적 힘입어 배당 늘릴 기업 주목해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상장사(254개)와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이 10% 이상 증가한 상장사(67개)는 총 321개였다. 이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12% 정도다. 기업들이 배당을 단기에 대폭 늘리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급증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배당성향만 보고 투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배당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순이익이 줄면 배당성향이 올라가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런 기업은 높은 배당을 지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 연속으로 배당을 늘린 기업 △최근까지 실적이 양호하고 주가 부담이 높지 않은 기업 △배당 수익률이 높거나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대신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글로비스 등을 제시했다.
강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배당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컨센서스(증권가 추산)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정부가 제시한 분리과세 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면서도 “실적이 탄탄하고 배당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의 경우 이듬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당을 추가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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