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 디지털 복원, 궁궐 진화 연구 단초 마련”

  • 동아일보

고려 건축물 옛 모습 처음 디지털 구현
“중단된 남북 공동발굴 재개 위해 노력”

만월대 연구 결과를 반영한 디지털 이미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만월대 연구 결과를 반영한 디지털 이미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이번 (개성 만월대) 디지털 복원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들의 위계와 성격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궁궐의 진화 연구를 위한 단초가 마련된 셈입니다.”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개최된 ‘개성 만월대 디지털 복원 학술대회’에서 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만월대는 고려 태조가 919년 송악산 남쪽 기슭에 창건한 궁궐 터. 이날 학술대회는 만월대를 디지털로 복원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된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이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선 만월대 각 건물지의 지붕 형태 등 건축 고증연구가 소개되는 한편, 빌딩 정보 모델링(BIM)을 통해 만월대 건축물을 디지털로 복원한 결과물이 시연됐다.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고려 태조와 4대 조상의 초상을 모시던 장소인 ‘경령전(景靈殿)’에 대해 “평면 유구(遺構)상 전각부가 장방형이란 점을 바탕으로 맞배지붕으로 산정해 건물의 전체 형상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고려 건축물의 옛 모습을 처음으로 디지털 복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요근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는 “글과 사진 자료로 한정됐던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의 성과를 디지털 공간에서 입체적인 형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도전성을 지닌 작업”이라며 “고려 궁궐과 건물지 연구, 나아가 고려시대사 연구의 심화와 저변 확대에 동력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다만 유구만 남아 실존했던 건물과 일치하는지 명확히 검증할 수 없다는 점, 2019년 이후 남북 교류 중단으로 현장 방문 및 북한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건축 분야에서 만월대 고려 궁궐 전각의 복원 설계 방향, 단청 복원, 건물지의 속성과 해석의 단서 등을 조명한 발표도 이뤄졌다. 역사 분야에선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와 남북 교류, 고려시대의 개경과 경기, 개경의 의례 등의 주제를 다뤘다. 고고·미술 분야에선 만월대 건물지 출토 와전(瓦甎) 및 청자 등에 관한 발표가 진행됐다.

디지털 복원 사업은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성과를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최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향후 관련 연구 총서를 발간하고, 시민용 공공 콘텐츠도 제작할 방침이다.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은 2005년 실무협의를 시작으로 2007∼2018년 진행됐다. 남북 관계에 따라 일시 중단과 재개가 되풀이됐지만 만월대 전각 등의 유구를 확인했고, 2015년엔 금속활자를 발굴하고 개성에서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정태헌 전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만월대 공동 발굴은 남북 관계나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햇수로 12년이나 지속했다”며 “평화와 공존, 번영의 공감대를 확산시킨 의의를 되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학계에선 남북 관계가 개선돼 공동 발굴이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0월 “문화유산 분야 남북 협력사업 재개를 위해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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